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가 종료된 후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와 수련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내과학회는 27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전공의가 이탈하지 않고 수련교육에 매진하기 위해선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 교육을 일정 부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책임지고 진료를 전담하는 전문의를 말한다. 정부는 2017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21년 1월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했다. 1주간 휴게시간을 제외한 평균 40시간 이상 병동 근무를 원칙으로 하며, 전문의 업무 형태에 따라 △1형(주 5일형-주간) △2형(주 7일형-주간) △3형(주 7일형-24시간)으로 나뉜다.
제도 도입 당시 전문의가 병동에 상주하며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입원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한승준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84명까지 증가했던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6월 363명, 9월 312명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12월 326명으로 소폭 늘었다. 지난해 6월 196개이던 입원전담병동은 12월 178개로 급감했고, 입원전담전문의를 둔 병원은 69곳에서 63곳으로 줄었다.
제도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업무량에 비해 낮은 수가와 제한된 업무 범위 등이 꼽힌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내과, 외과 등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의사이지만 정해진 병동 입원환자 진료 외 다른 행위들을 제한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병동에 환자가 없을 때 입원전담 인력에게 다른 일을 맡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 셈인데, 과도한 규정이 제도 발전의 발목을 잡는단 지적이 제기된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미국의 시스템을 따라왔지만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며 “미국은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 수련에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전공의와 팀을 이뤄 환자를 진료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전공의가 교수 밑에 붙어있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의료기관 현실에 맞는 입원환자 진료체계 모형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진료과별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와 진료를 같이 하며 교육도 병행하는 모형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교수도 적지 않다. 박중원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교수들은 전공의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진료, 연구, 임상 등 여러 일을 함께 병행하고 있다”며 “교수가 전공의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 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의가 꼭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공의의 유연한 진로 변경을 위해 병원과 교수들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단 제안도 나왔다. 서연주 성빈센트병원 호흡기내과 펠로우는 “2년간 호흡기내과 펠로우를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입원전담전문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병원에서 스패셜리스트(분과전문의)로 남든 프라이머리케어(입원전담전문의)를 하든 필요한 역량과 배워야 하는 게 달라서 혼란을 겪는다. 젊은 의사들이 자기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해 줄 멘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