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수도권을 제외한 호남·영남·강원·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7일 전국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성장·개발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정기조를 과감히 전환해 통합적 균형발전을 실현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며 지방시대 실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수도권 중심의 성장·개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수도권 초집중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며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부터 신속히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차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당초 500여곳에서 360곳으로 줄이는 등 규모도 정하지 못하고 아직 밑그림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의 용역도 10월이나 돼야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행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혁신도시가 없는 지자체들은 ‘공공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면 국토부 장관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22조에 근거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혁신도시 외 지역으로 개별 이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인구 감소 지역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이 올해 하반기로 연기로 됐지만 지자체들은 이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마사회, 한국공항공사 등 영향력 있는 공공기관은 여러 지자체에서 동시에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특별자치도도 ‘공공기관 유치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중점 유치 기관으로 한국투자공사와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등을 선정해 다른 지역들과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인 지난해 7월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사장이 “전주로 이전한다면 인력 상당수가 빠져나갈까 걱정”이라며 “해외 출장도 잦고 손님도 많이 오는데 전주로 가면 여러 가지 소모되는 비용이 많다”고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두고도 미국의 블룸버그가 보건복지부를 앞세워 ‘부적절성’을 보도하는 등 다시 흔들기가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혁신도시 이전 직후 인력이 빠져나가고 수익률도 떨어졌다며 국내외 언론들이 심각하게 지적하기도 했지만 국민연금은 최고의 수익률을 보이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 공공기관 집적화를 통해 국제금융도시 육성을 추진해 온 전북도와 도민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외적 흔들기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전북도 내부의 소지역주의 경쟁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전북 제2혁신도시' 건설이 지난 4·10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2혁신도시 입지를 싸고 차기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경쟁이 점화될 전망이다. 이춘석(익산갑) 당선인, 한병도(익산을) 의원은 익산 우선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동영(전주병) 당선인,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의원은 전북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박희승(남원·장수·임실·순창) 당선인은 남원 제2혁신도시 지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까지 가세해 민생투어 첫 일정으로 익산을 방문 ‘익산에 제2혁신도시를 계획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국토부에서 제2혁신도시 관련 용역이 올해 10월쯤에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전까지 전북도와 익산시가 긴밀하게 협력해 사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지역 개발이 서부권에 치우쳐 동부권이 소외되어 온 만큼 제2혁신도시는 낙후 지역인 동부권에 유치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갈등과 유치 경쟁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북은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때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되면서 전북 혁신도시로 이주하기로 했던 토지공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국민연금이 내려왔으나 기금운용분부의 이전을 싸고 논란이 일었다.
또 전북 혁신도시에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많은 농업 관련 기관들이 이주했으나 대부분이 공공기관이 아닌 공무원 조직으로 이주 기관들의 인력 채용이나 생산성에서 다른 지역 이주 기관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어찌 보면 소비 위주의 조직으로 지방세 유입 등에서도 다른 지역과는 다른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재의 공공기관 지역 이전은 각 지역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지역과도 계속 협의하고 아주 빠른 시일 내에 계획을 짜서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서는 보다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지역경제와 사회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관의 이전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1차 이전 공공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관, 지역의 특성과 산업, 경제의 특성에 적합한 기관을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도내 지역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소지역주의에 매달려 각 지역의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주요 기관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김 지사도 자신의 공약만을 앞세우지 말고 지역 발전의 길이 무엇인지 냉철히 고려해야 할 것이며 전북의 모든 구성원들이 ‘원팀’으로 단합해 지역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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