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법원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결정을 두고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 선고”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판부가 완전히 공공복리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임 회장은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공의들은 이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며 “일반의로 개업을 할지언정 필수의료과에서 고생을 하고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반의(GP·General Practitioner)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딴 후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은 의사를 일컫는다.
임 회장은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다. 유급을 불사하겠다고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예과 1학년부터 레지던트 4년까지 10년간의 의료공백이 생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의대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는 의료 시스템을 철저하게 망가뜨릴 위력을 갖고 있다”며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답이 없다”고 했다.
각하·기각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임 회장은 “구회근 판사에게 대법관 승진에 대한 회유가 어느 정도 있지 않았을까”라며 “이는 개인 의견이 아니다. 본인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들이 상당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의대 교수과 뜻을 같이해 대정부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의대 교수들이 판결 이후 의협과 완벽하게 같이 가기로 했다”며 “학생들과 전공의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액션을 분명하게 보여줘야겠다는 입장이고, 동네병원 의사와 2차병원 봉직의들도 판결에 격앙해 전공의들만 저렇게 두지 말고 힘을 합쳐 움직이자는 얘기가 의협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까지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단 뜻도 밝혔다. 이를 위해 의협은 조만간 의대 교수들과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대법 재판부를 향해선 정부가 대학별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 인원을 반영해 신입생 정원을 확정하기 전에 바른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를 살릴 마지막 기회다”라며 “사태의 중대함을 대법원에서 알고 있다면 바른 판단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