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에 의사 수 추계를 위한 자료를 요청했다. 이를 모든 연구자에게 공개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필요 의사 수를 추계해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의사 수 추계 연구에 필요한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 등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촉구했다.
비대위 내부에서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의료개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55명의 교수 중 절반(48.4%)가량이 비대위 활동 방향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 연구를 통해 의료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비대위는 의료개혁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에 직접 나섰다. 지난 14일엔 국회에서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공청회’를 개최하고 국민과 환자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모를 받았다. 비대위는 수상한 시민 공모글들을 반영한 의사 수 추계 연구 프로젝트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후 내년 1월31일까지 연구 논문 공모를 받은 뒤 2월6일 공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요청하는 자료는 대부분 기존 연구에서 활용했던 자료들이므로 정부에서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연구자마다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다르고 최신 자료를 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만족할 만한 연구를 할 수 없었지만, 이번 연구에선 최신 자료를 오픈 데이터셋 형태로 모든 연구자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에 참여할 연구자들을 향해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의료체계에 합당한 의사 수 추계 연구에 동참해달라”며 “연구에 필요한 자료는 정부에서 제공해줄 것으로 믿으며, 자료는 모두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추가 자료가 있다면 알려달라”며 “많은 연구자가 참여할수록 결과의 근거는 두터워질 것이다. 이 연구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연구자로서의 시대적 책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의대생, 전공의, 교수 등 18명이 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객관적 근거 제출 요구를 통해 현 정부의 관련 연구와 조사, 논의가 미비하거나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준 법원의 판단에는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기각 판결은 의료계에 다시 한 번 절망을 안겨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의대 증원을 멈추는 게 공공복리에 중대한 문제를 미칠 우려가 있다고 했으나, 우리는 오히려 의대 정원의 급격한 증원 자체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문제를 미친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지 석 달이 지난 전공의들에게 처벌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모든 의료계의 목소리는 이제 제발 멈춰달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뭘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다. 아이디어를 알려주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