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1분기 성적표, ‘부동산 PF 관리’에 엇갈려

중소형 증권사 1분기 성적표, ‘부동산 PF 관리’에 엇갈려

중소형 6개 증권사, 한양증권 제외 모두 ‘실적 악화’
부동산 PF 충당금 여파에 순이익 ‘급제동’

기사승인 2024-05-23 06:00:43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올해 1분기 양호한 증시 환경 조성으로 증권업종 실적이 대체로 개선됐으나 이는 대형 증권사에 국한된 모양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관리 등 위험자산 리스크 관리에 따라 중소형사 간 실적이 엇갈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국내 중소형 6개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3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집계된 1116억원 대비 무려 68% 급감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대형 증권사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5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조1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 감소에 그쳤다. 

물론 대형 증권사들도 해외 대체투자 손실 등으로 인해 순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수혜를 받아 일부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밸류업 영향에 올 1분기 국내주식 일평균 시장거래대금이 2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 수익성 제고를 이뤄서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들은 리테일 중심의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대형 증권사와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IB 부문에 주력했다. 결국 부동산 시장 불황의 장기화로 부실 사업장이 다수 등장하는 등 리스크 확산에 실적 개선을 꾀하기 어려웠단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 대비 이용 고객이 높지 않은 중소형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다”면서 “그 때문에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PF에 집중해 왔던 만큼, 관련 리스크 심화로 실적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차증권은 올 1분기 10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한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59억원, 49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증권사의 실적 부진은 대부분 부동산 PF 충당금 여파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부동산 경기 위축 장기화로 신규 딜 축소 및 선제적 충당금 적립 기조에 의해 실적이 감소했다. SK증권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추가 설정한 점을 적자 요인으로 꼽았다. SK증권의 지난 3월 말 기준 충당금은 총 934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52억원가량 늘었다.

다올투자증권은 1분기 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 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에 집계된 순이익 385억원과 비교하면 80%가량 떨어졌다. 해당 분기에 발생한 일회성 요인의 기저효과라는 게 다올투자증권 측 설명이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전날 “지난 2023년 3월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발생한 매각대금이 들어오면서 일시적인 순이익 증가로 이어졌다”며 “지난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충실히 적립했다. 보수적 관점에서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이를 예상 손실로 반영해 재무적 부담을 줄였다”고 말했다.

6개 중소형 증권사 중 한양증권만이 실적 제고에 성공했다. 한양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었다. 이는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 점이 주된 원인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양증권은 올해 초 다운사이징 대신 부동산 PF의 면역력을 키우는 방향을 택했다. 이를 위해 우발부채 제로(0)를 유지하며 업계의 우수 PF 인력을 적극 영입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올해 2분기에는 채권, 운용, IB의 삼각편대를 견고히 유지한 채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온 부동산PF 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업계는 대다수 중소형 증권사에서 확인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정상화 방침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과 사업장 정리로 인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져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해 부동산 PF 사업장 옥석을 가리고, 정상 PF 사업장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유의 및 부실우려 평가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게 된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평가기준 개선 방안은 브리지론 및 토지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 금융업권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투자업계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부실 우려 사업장 비중이 대형사 대비 크다”며 “이에 따른 손실 인식 부담 가중으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하기 위한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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