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정책 등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의료계를 향해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사직 전공의들의 처분과 관련해선 “일률적인 면허 정지는 어렵다”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 장관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의료계가 의료개혁안을 만드는 데 같이 참여해서 비판도 해주시고 대안도 내주셨으면 좋겠다”며 “의대 증원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정부가 진정성 있게 풀어내려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사단체들이 주장하는 ‘의료개혁 4대 패키지’의 전면 백지화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지난 2월 의료개혁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을 때 의료계도 일정 부분 공감하며 구체적인 방안은 협의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한 이후에 백지화 주장을 하게 됐다”며 “의료개혁 4대 과제는 지난 1년간 의료계와 협의해 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을 이탈해 석 달째 복귀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의 처분에 대해선 “법에 규정된 대로 하다가 3월 말부터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행정처분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등의 절차가 있는데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시점이나 사유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공의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한 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조 장관은 “전공의의 손해배상과 관련해 현재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미복귀자의 경우 정부 명령을 위반해도 처분절차가 길게는 3개월까지 걸리는 만큼 그 과정 중 복귀하면 본 처분을 할 때 충분히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2차 예비비 투입을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라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1157억원 규모의 1차 예비비를 투입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3월부터 19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를 매월 지원하고 있다. 조 장관은 “2차 예비비와 관련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비상진료체계가 끊기지 않도록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앞으로 비상진료대책 보완에 중점을 두겠단 구상도 밝혔다. 현재 정부는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을 동원해 전공의 진료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이들로 모든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상급종합병원의 40%를 차지하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비상진료대책의 운영도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며 “하루 빨리 전공의들이 돌아와 자리를 메워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과 의사 국가고시 연기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조 장관은 “실기시험은 매년 9월에서 11월 사이에, 필기시험은 다음 해 1월에 하고 있는데 고시 응시자는 6개월 이내에 졸업 예정자도 응시가 가능하다”면서 “지금이라도 복귀를 하게 되면 고시 일정은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필요성이 제기되면 관계부처와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의대 교수들의 이탈 조짐에 대해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도 처분을 하고 싶겠는가”라면서 “정부도 (전공의들이) 빨리 복귀해서 의료체계가 정상화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교수님들은 이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주시고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