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랑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이하 출협)는 27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을 대상으로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재정산 확정 및 반환 통지에 대하여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무효확인 및 취소)을 제기하고 이에 따른 기자회견을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했다. 

출협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지난 10일 출판진흥원으로부터 2018년~2022년 간의 서울국제도서전 사업과 관련하여 약 3억5900만원을 반납하라는 최종 통지를 받았다. 출협 관계자는 “이 통지가 절차상 무효일 뿐 아니라 실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잘못된 것임을 밝히고자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정조치 성격상 잘못된 것이라도 몇 년 지난 뒤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효력을 유지하며 집행될 뿐 아니라, 행정당국과 갈등을 유발하는 일 자체가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협회⋅단체 등 민간 측에서 행정조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일은 흔히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출판협회는 이번 문체부 주도 행정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후 서울국제도서전의 정상적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만약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의 활성화를 위해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고, 그로 인해 수입액이 늘어나면 비용도 직간접적으로 증가한다.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 사업에 들어간 비용이 이러한 정상적인 상황에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치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면, 매년 정부에 큰 금액을 반납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출판협회 재정규모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출협 관계자는 “문체부가 주장하는 비용 지출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서울국제도서전은 활성화되지 않고 오히려 매년 적자를 봐야 한다”면서 “국제 도서전은 성황리에 끝났는데 협회는 반대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다면 이게 정상이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출협은 “수익금 환수를 청구한 출판산업진흥원은 수익금 환수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청구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또한 “‘수익금’의 의미가 불명확하며 반환 절차에 대해 통지한 바 역시 없었으므로 반납 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저자들 그리고 책을 만드는 출판인들과 함께 서울국제도서전을 발전시켜왔다”면서 “책은 문화의 뿌리이자 문화를 키워내는 토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단 한 푼의 정부 지원금 없이 출판인들과 독자들, 저자들이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역시 단 한 푼의 정부 보조금 없이 운영된다”고 밝힌 윤 회장은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시비를 가리겠다”면서 “돈과 권력으로 출판인과 독자의 자존심을 꺾을 수는 없다. 우리가 걷는 길이 출판과 문화, 나아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길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주관 부서가 문체부로 돼 있다”면서 “수익금 항목에 대해서도 출협과 논의한 것은 물론, 법률 자문을 받고 회계사 입회 하에 다각도로 검증도 거쳤다”고 말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