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가 ‘라인사태’와 관련 확전 자제를 요청했다. 외교 문제가 아닌 민간 기업의 일이라는 취지다. 다만 글로벌 플랫폼인 라인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발생할 타격을 고려,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사태는 표면적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직접적인 협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됐다.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정부를 통한 중재 여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라인사태가 한일 외교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행정지도가 네이버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며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로 인식하고 있다.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행정지도는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하라는 요구”라며 “정부 간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라인사태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이버가 라인을 포기하게 되면 잃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SNS 플랫폼인 라인은 30여개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라인 이용자 수는 지난 2016년 일찌감치 10억명을 돌파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도 1억95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월 기준 라인 MAU는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이다.
라인 사용자들은 메신저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는 라인을 통해 쇼핑과 페이(결제), 게임, 만화, 뉴스 등을 이용한다. 택시를 호출하거나 병원을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슈퍼 앱’인 것이다. 국내에서 카카오가 카카오톡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처럼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여러 빅테크들이 힘을 쏟고 있는 인공지능(AI) 사업 발전을 위해서도 ‘라인 지키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AI 사업 발전을 위해서는 학습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플랫폼으로 라인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어마어마하다. 특히 글로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크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은 과거 반도체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과 관련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AI·반도체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AI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자국의 플랫폼이 없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라인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인을 일본에 빼앗기게 되는 것은 국제법상으로 말이 되지 않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국가적으로 손해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재 사안을 더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을 맡은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일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라인 관련 발언을 먼저 꺼낸 것은 의미가 있지만 기시다 총리에게 ‘지분 매각이 아니라고 이해하면 되겠느냐’는 한 마디를 덧붙였어야 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일본에서 라인을 강탈하려 한다고 느끼면 오히려 한일 관계가 악화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인은 국내 기업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상호합의에 따라 각각 개발권과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두 기업은 라인 대주주인 A홀딩스의 주식을 절반씩 보유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에서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되며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 총무부는 지난 3월과 지난달 라인이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도 포함됐다. 오는 7월1일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도록 했다. 현재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 지분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