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에도 패션업계 전망이 밝지 않다.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심리에 유독 패션업계의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 기업들은 뷰티 사업군을 확장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4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꼼데가르송, 르메르 등을 수입 운영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 5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570억원) 대비 8.7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240억 원에서 5130억 원으로 2.10% 줄었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증권사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주요 패션업계 2분기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 감소한 3281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30% 감소한 127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온라인 유통업체의 패션의류 매출은 전 품목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업계는 엔데믹 이후 ‘보복심리’로 인한 소비가 끝난 뒤엔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고 해석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타 업종에 비해 경기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중저가형 브랜드의 옷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패션 불황’에도 스파(SPA)브랜드는 좋은 성적표를 받아 왔다. 탑텐, 스파오, 미쏘, 에잇세컨즈 H&M, 자라 등 패스트패션의 대명사로 불렸던 해외 브랜드를 넘는 단계에 들어섰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신장한 9000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브랜드 에잇세컨즈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30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에잇세컨즈의 매출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 전체 매출 증가율(2.5%)의 네 배가 넘는다.
업계는 ‘빅 브랜드’의 소비 트렌드가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패션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인구는 점점 줄고, 친환경 가치소비 등으로 새 옷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며 “옷을 사 입는 사람들은 계속 줄고, 패션 브랜드는 끊임없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의 명성만으로 고객에게 선택을 받던 시대는 끝났다”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민이 많은 것은 해외 패션계도 마찬가지다. BOF와 맥킨지의 ‘2024 패션 현황 보고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패션계를 두고 임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경제 성장 둔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소비자 신뢰 약화 등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업계 전망에 대한 의견도 2017년 이후 가장 엇갈렸다. 올해 응답자의 26%는 전년 대비 상황이 개선된다고 답했지만 37%는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고, 38%는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패션기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앙개, 디 애퍼처, 샌드사운드 등 매년 자체 브랜드를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수입 니치 향수와 뷰티 라인을 확장하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신원이나 한섬 등 중견 패션기업도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캐주얼 라인을 늘리고 스트리트 브랜드를 새로 론칭했다.
한 패션 기업 관계자는 “최근 패션계엔 정해진 트렌드라는 것이 없다”며 “그만큼 각각의 브랜드가 얼마나 신선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가지느냐가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또 “최근 팝업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가 급격히 많아진 이유 중 하나도 고객의 반응을 직접 살피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패션업계가 각 브랜드에 맞는 다양한 자구책을 펼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