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버려지는 일회용컵…회수율 높여 자원순환 나서는 지자체

마구 버려지는 일회용컵…회수율 높여 자원순환 나서는 지자체

카페 등 매장, 시범사업 참여율 높이는 것이 성공 여부 판가름

기사승인 2024-08-06 06:00:11
쿠키뉴스DB

9억4000만개. 지난해 프랜차이즈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17개 브랜드에서 쓰인 일회용 컵 개수다. 같은 해 이들 업체가 회수한 일회용 컵은 약 4403만개로, 사용량의 4.7%에 그쳤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일회용 컵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최근 4년간 사용량은 9억~10억 개 선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차선은 재활용을 늘리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일부는 자원순환을 위해 일회용 컵 수거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다음 날부터 연말까지 환경부, 자치구(종로구, 중구),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함께 광화문~숭례문 일대(이하 에코존)에서 ‘일회용 컵 회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42개 매장에는 식별 코드가 각인된 전용 컵을 제공하고 매장별로 일회용 컵 회수함이 설치된다. 회수된 일회용 컵은 전문업체에 의해 수집·운반돼 재활용업체에 공급돼 재생원료로 재활용된다. 또한 참여매장은 매장 내 다회용 컵 세척기 임대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또 시민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매장 내 회수함과 별개로 일회용 컵 무인회수기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와 종로구청에 설치한다. 아울러 일회용 컵 전용 회수함을 에코존 내 버스정류장 30개소에 설치한다. 에코존 내 카페에 일회용 컵을 반납해 100원을 받으려면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한다. 다만 1인당 반납할 수 있는 양은 하루 20개로 제한된다.

앞서 시는 지난해 11월 광화문 일대를 ‘개인 컵·다회용 컵 사용 촉진 지구’인 에코존으로 지정한 바 있다. 같은 해 9월 발표된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서울 외 세종과 제주 역시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세종과 제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300원의 보증금을 내게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당초 환경부는 전국 확대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자영업자 경영난 등을 이유로 전면 도입이 미뤄지면서 지난 2022년 12월부터 두 지역에서만 축소 시행됐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이번 서울시 에코존 사업에서 시와 함께 시범사업 전반을 총괄하기로 했지만 이렇다 할 전국 시행 계획은 내놓고 있지 않다. 

지난달 21일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해 “무조건 전국으로 확대하기보다 일회용 컵 사용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더 효과적인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동력을 잃은 일회용 컵 수거 정책에도 지자체가 지원에 나서는 것은 재활용을 확대해 환경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폐기물이 재활용되지 못하면 소각되거나 매립하는데 처리 비용이 들고 이 과정에서 탄소 발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일회용 컵 자원순환 활성화를 함께 나설 매장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에 참여할 에코존 내 매장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에코 매장은 일회용 컵 회수를 하고 다회용 컵 세척기를 임대하는 등 상대적으로 일이 늘어나지만 인센티브는 전용 컵 제공, 다회용컵 세척기 임대가 전부다. 

제주도는 최근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성실히 이행하는 85개 매장을 자원순환우수업소로 선정했다. 자원순환우수업소로 선정되면 자원순환우수업소 현판을 수여하고, 종량제봉투, 보증금 라벨, 전동라벨부착기 등 6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한다.

유승광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게 우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이미 사용한 일회용 컵도 회수만 잘 되면 이 또한 귀중한 순환자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일회용 컵을 쉽고 효율적으로 수거·재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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