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보다 여행 수요는 회복됐지만 면세점은 여전히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유입이 예전 같지 않을 뿐더러 고환율, 소비 둔화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이같은 기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0일 한국면세점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인당 면세점 구매금액은 53만원 가량으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인 데다 지난해보다 22%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면세점 매출액은 7조3969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5118억9000만원)보다 13.6%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구매객 수가 949만7000명에서 1382만5000명으로 45.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저조한 성과다. 전체 매출액을 구매객 수로 나눈 1인당 구매액도 68만6000원에서 53만5000원으로 22.0% 감소했다.
연도별 1인당 구매액은 2019년 47만9000원, 2020년 96만8000원, 2021년 266만4000원, 2022년 195만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는 더 줄었다.
유커의 회복세가 저조하고 먹거리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 고환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건비 등 고정비와 공항 임차료,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 416억원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해 상반기 적자 전환해 4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면세점(70억원)과 신세계면세점(158억원) 영업이익도 각각 83.8%, 75.5%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지난해 상반기 165억원에 이어 올해도 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면세점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인력 효율화 차원의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다른 면세점들도 사업부 개편, 조직 슬림화 등 비상 경영에 준하는 비용 절감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돼 올해 4분기 정규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신라와 신세계 등은 여객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산정해 납부해야 하는 만큼, 구매 고객·객단가 증가로 인한 임대료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둔화의 영향으로 실적 반등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나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서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객 위주로 외국인 여행 패턴이 바뀌고 면세품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의 수요 약화와 트래픽 회복 대비 낮은 관광객 객단가가 꼽힌다. 경기 불황과 갈수록 줄어드는 면세 수요도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보따리상들의 구매 패턴이나 구매량이 확연히 줄었다.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내수가 살아나면 면세품 구매율도 활성화되고 업황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기존처럼 마케팅 강화에 투자하는 건 비용이 수반된다. 업황이 어려운 만큼 현재로선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책이 최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