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기업들이 원자재값 상승·내수시장 확장 한계 등에 부딪히며 경영 쇄신에 나섰다. 특히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 같은 의지가 엿보였다. 신사업 발굴과 ‘K-푸드’ 진출을 위해 SPC, CJ, 삼양라운드스퀘어 등 다수 그룹에서 안전성, 쇄신, 사업 강화 등을 키워드 삼아 성과 중심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성과를 보이지 못한 오너일가 3세들의 ‘초고속 승진’도 눈에 띄며 이들의 자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농심 정기 인사에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이자 ‘농심 가(家)’ 3세인 1993년생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은 입사 5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2019년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해 2년6개월여 만에 상무로 올랐다. 그는 올해 초 출범한 미래사업실을 맡아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신 전무의 누나인 신수정 상무도 2022년 음료 마케팅팀에 입사해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삼양식품)도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인 전병우 전략총괄 상무가 신사업을 맡고 있다. 1994년생인 전 본부장은 2019년 삼양식품 부장으로 입사해 지난해 상무로 승진했다. 오리온은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1989년생 담서원 상무는 2021년 7월 오리온에 입사해 1년 반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30대 재벌 3세들의 초고속 승진에 경영 자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스크는 투자자나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재벌 3세들은 일찍이 경영수업을 받거나 해외학벌을 갖췄다보니 보다 젊은 경영을 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일단 올리고 본다는 ‘선 승진 후 평가’식 인사로 나중에 ‘껍데기’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직원들만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너일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 몫 한다. 일부 오너일가 후계자 중에는 최근에도 폭행이나 마약 등 범죄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있어서다.
더구나 검증 부족에도 일단 시작한 경영 승계에 젊은 층에서는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를 사는 젊은 세대에게 ‘공정’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 중 하나다. 오너일가라 해도 초고속 승진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갖춰야 한다. 공정이 사라진 인사가 쇄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