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선포했다. 이에 지방은행도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일부 지방은행은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고 있어 성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0.4%p 인상했다. 부산은행은 앞서 비대면 신청 우대금리 항목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주담대 금리를 0.2%p 인상한 바 있다.
같은 BNK금융지주 산하의 지방은행인 경남은행도 전날 주담대 금리를 0.2%p 인상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전문은행(케이·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 인상에 지방은행도 동참한 것이다. 다만 JB금융지주의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최근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의 경우 당장 주담대 금리 인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지방은행에서 주담대 금리를 올린 것은 시중은행과의 대출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조달금리 차이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주담대 금리가 더 높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에서 수십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으로 지방은행의 금리가 더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지방은행으로 대출 쏠림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29일 기준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의 주담대 금리는 3.55~6.11% 수준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주담대 금리 3.85~6.62% 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지방은행이 주담대 금리인상에 동참하면서 대출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반면 지방은행의 성장에는 다소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최근 대출이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은행의 8월 2주차 기준 주담대 잔액은 14조1810억원으로 6월 말 대비 5257억원 감소했다. 경남은행의 주담대 잔액도 지난해말 9조7705억원에서 6월 말 9조4156억원으로 3549억원 줄었다.
이들 은행들의 주담대가 감소했던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에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대출성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권재중 BNK금융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에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대출성장이 제한됐다”며 “하반기는 경쟁압력이 줄 것으로 보여 더 큰 성장폭의 여신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방은행 입장에서 하반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자마자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적극적인 영업이 어려워진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문제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지만 이에 따른 하반기 대출 전략 수정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방은행들의 경우 시중은행과 달리 실적이 오히려 감소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