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중 3만6000여기는 전문가나 소방당국이 제시하는 ‘하한선’인 지하 2층보다 아래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설치 위치가 확인된 충전기 37만3961기의 10%인 3만6884기는 지하 3층 이하에 있었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설치된 충전기는 각각 12만1412기와 4만3639기로 전체의 32%와 12%였다. 지상 충전기는 38%였다.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없어 자체 과충전 방지 기능이 없는 완속충전기만 보면 지하 3층 이하에 설치된 충전기가 3만5825기였다.
지역별로 봤을 땐 서울(27.4%)과 부산(14.1%) 등 대도시의 지하 3층 이하 완속충전기 비율이 높았다.
올해 들어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은 한국전기설비규정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를 지하 3층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 작년 도입된 규정이다. 다만 층수를 셀 때 ‘주차 구획이 없는 층’은 제외해 실질적으로는 지하 3층보다 아래에도 충전기를 놓을 수 있다.
‘지하 3층’이라는 기준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안전기준을 고려해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 화재안전기준은 원활한 소방활동을 위해 ESS를 지면으로부터 ‘지하 9m, 지상 22m’ 이내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전문기관이나 소방당국은 충전기를 지하 2층 위로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만든 민간 방재기술기준인 한국화재안전기준에는 ‘부득이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지하 2층 이내에 설치하고 건물 입구나 경사로 근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지하 주차장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열기와 가스가 빠져나가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활동하기 매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6일 정부는 모든 신축 건물 지하 주차장에는 화재 감지와 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과충전을 자체 예방할 수 있는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를 확충하는 등의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하 3층까지 충전기 설치를 허용하는 규정은 유지하고 지하 충전기를 지상으로 올리는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임 의원은 “충전기 설치 위치에 따라 맞춤형 화재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화재 발생 시 대응이 어려운 지하 3층 이하 충전기에 대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