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소노를 이끄는 김승기 감독은 벤치 자원으로 분류된 선수들을 주전급으로 키워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감독 생활의 즐거움이라는 김승기 감독이다.
14일 전지훈련지인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김 감독은 소노로 이적한 임동섭, 정희재, 최승욱을 언급하며 “주전급으로 도약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2023-2024시즌 20승 34패에 그쳐 6강 플레이오프(PO)에 나서지 못한 소노는 새 시즌을 앞두고 정희재, 최승욱, 임동섭 등 190㎝ 중반대 포워드를 데려와 전력을 보강했다. 모두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알짜’로 평가된 자원이다.
이들을 동시에 데려오면서 본래 영입을 검토했던 원주 DB의 간판 포워드 강상재는 포기했다. 당장의 전력 증강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단을 운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전지훈련을 지휘하는 김 감독은 “특히 수비에서 로테이션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정희재, 최승욱, 임동섭 등을 주축으로 한 팀의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이 선수들이 ‘A급 선수’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단계 올려 A급 선수를 만들고, A급 선수는 특급 선수를 만드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들을 활용해 다양한 수비 전술을 짤 수 있는 게 만족스럽다고 한다. 실제로 두 차례 연습 경기에서 이재도-임동섭-최승욱-정희재-앨런 윌리엄스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수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바꿔막기 수비와 한 박자 빠른 도움 수비에 대만팀들이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김 감독이 언급한 ‘특급으로 큰 선수’는 에이스 이정현이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단 사정상 선수들을 성장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올 시즌이 끝나고 내년 시즌에 우리가 더 좋은 성적을 낸다”면서 “내년이면 도전할 수 있는 선수단 구성이 이뤄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이 평가하는 소노의 현 전력은 ‘6강 PO 진출권’이다. 우승을 언급하기에는 소노의 사정이 시기상조라고 본다. 그래도 승부사다운 욕심은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일단 6강 싸움을 할 만한 선수단을 꾸렸다. 6강에 오르기만 하면 PO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6강 PO에서 멈춘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감독이 이끈 팀은 6강 PO에 오른 경우 모두 상위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꾸벅’ 90도로 인사하는 ‘공손한 외국인 선수’ 윌리엄스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김 감독은 “외국 선수 한 명이 아직 안 들어왔지만 윌리엄스를 데리고 대만에서 두 차례 연습 경기를 치렀는데 만족스럽다. 잘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대만프로농구 타오위안 파일럿츠를 상대로 30점 10리바운드, 푸방 브레이브스를 상대로는 29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외국 선수 2명을 동시에 낸 대만팀을 상대로도 골밑 득점력이 돋보였다. 윌리엄스가 주포로 낙점되면서 ‘3점의 팀’ 소노의 공격 분포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김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윌리엄스가 골밑에서 공격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전술을 짜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소노의 팀 컬러는 여전히 3점 농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농구는 무조건 3점을 많이 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골밑 농구도 하고, 여러 가지를 다 할 수 있어야 강팀이 된다”며 “작년에는 밖에서 슛만 쐈는데 올해는 골밑도 공략할 선수 구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외국 선수를 관리하는 데 애를 먹은 김 감독은 올 시즌에는 그런 일이 없길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라고 있다. 소노는 2024-2025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외국 선수 문제를 겪었다. 윌리엄스와 함께 골밑을 맡기려 한 자넬 스톡스가 갑작스럽게 연락을 끊어버려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외국 선수와 관련해 잘못된 부분이 있었지만 새로 영입하는 선수가 들어올 거다. 그러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제일 좋은 건 외국 선수들이 끝까지 다치지 않고, PO까지 함께 가는 거다.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는 만큼 잘 대비하겠다”고 인터뷰를 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