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시설 입소 노인들의 마약성 진통제 등 중추신경계용 약물 오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지난 22일 ‘2024년 한국보건사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내 장기요양시설 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률이 86.8%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중추신경계용 약물이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이번 연구에선 마약성 진통제, 항정신병제, 항불안제, 수면진정제, 항우울제가 포함됐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65세 이상 장기요양수급자 중 외래약물 처방기록이 있는 환자 89만1186명(시설수급자 18만7077명, 재가수급자 70만4109명)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 중 79.2%는 연간 1일 이상 중추신경계용 약물을 복용했다. 이 중 시설수급자는 86.8%, 재가수급자는 77.2%로 시설수급자의 사용 비중이 9.6%p(포인트) 더 높았다. 연간 28일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시설수급자와 재가수급자 각각 76.7%, 56.6%로 조사됐다. 시설수급자가 재가수급자보다 중추신경계용 약물의 장기복용 비율도 더 높은 것이다.
시설수급자에서 연간 1일 이상 복용률이 가장 높은 약물군은 마약성진통제(57.6%)와 항정신병제(53.2%)로 조사됐다. 연간 28일 이상 복용 건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항정신병제(50.7%), 항우울제(33.3%) 순으로 높았다. 서로 다른 중추신경계용 약물이 병용돼 180일 이상 장기 처방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항정신병제와 항우울제의 병용은 15.3%, 항정신병제와 항불안제의 병용은 10.2%로 나타났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성진통제, 항정신병제, 항불안제, 수면진정제, 항우울제 등 중추신경계용 약물은 중독과 의존, 낙상 및 골절 위험,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며 “필요한 경우에 한해 세심하게 투약하고 상태를 관찰해 조정해야 하는 약물이지만, 장기요양시설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진옥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보험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우리나라 장기요양시설 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률은 외국에 비해 높다”고 우려했다. 건보공단은 내년부터 다제약물관리사업에 장기요양시설 모형을 신설해 약물 관리가 필요한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에게 약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