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문가비가 쏘아올린 ‘비혼 출산’ [놀이터통신]

정우성·문가비가 쏘아올린 ‘비혼 출산’ [놀이터통신]

3명 중 1명 “결혼하지 않고 자녀 가질 수 있다”

기사승인 2024-12-01 06:00:10
신생아. 사진=임지혜 기자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비혼 출산 소식이 최근 한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결혼 계획은 없지만 부모로써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비혼 출산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는데요. 사실 비혼 출산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방송인 사유리는 정자은행을 통해 자발적 비혼 출산을 선택했고, 배우 김용건은 혼외자를 셋째 아들로 호적에 올리는 등 전통적 가족관을 뛰어넘는 출생은 늘고 있습니다.

실제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3세 이상 인구 3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7.2%로 2년 전(34.7%)보다 2.5%p 늘었습니다. 

이 중 20~29세 청년층은 10명 중 4명(42.8%)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 전인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2.5%나 증가했습니다. 

이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기혼 가정도 ‘결혼’이 출산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생후 10개월 자녀를 둔 이모(여·36)씨는 “아이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인생도 중요하기 때문에 결혼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세 자녀를 둔 김모(41)씨도 “결혼은 선택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비혼 출산은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출산율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1만9200명(7.7%) 줄어든 반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으로 1100명(11.2%) 늘었습니다. 전체 출생아의 4.7% 수준으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입니다. 

그러나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은 늘고 있지만, 정부의 출산·양육 지원 대책은 여전히 결혼한 부부, 정상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전히 혼외 출산, 미혼모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존재하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의 비혼 출산은 해외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2020년 기준)의 비혼 출생 비율은 프랑스의 경우 전체의 62.2%, 영국은 49.0%, 미국은 41.2%, 호주 36.5%에 달합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결혼이라는 제도, 아이를 낳아 함께 잘 키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두의 상황이 같을 순 없지 않나”라며 “(혼자서도)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도록 지지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임신기부터 미혼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기본만큼은 지원이 필요하다. 예비 부모 수당이나 주거 지원과 같은 지원이 최소 임신 6~7개월부터 된다면 양육하는데 용기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합계출산율은 0.74명. 세계 꼴찌 수준인 한국 출산율이 올해 반등할 것이란 반가운 전망이 나오지만, 갈 길이 아직 멉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이에 맞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합니다. 

최근 대통령실은 “(비혼 출생아와 관련해) 사회적 차별이라든지 여러 제도로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모든 생명이 차별 없이 건강하고 행보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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