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정비업계에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은 것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잇따라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 특화 설계를 제시했다. 설계부터 조경, 인테리어, 공사비 등 차별성을 제안하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 16만258㎡에 최고 높이 22층, 51개동, 2331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으로 총 공사비 1조5700억원에 달한다.
한남4구역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사업장으로 평가받는다. 한강과 맞닿아 있고 가구 수(2331가구) 대비 조합원 수(1166명)가 적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 350가구를 제외하면 총 815가구를 일반 분양할 수 있다. 인근에 위치한 한남5구역은 가구 수 2592가구 중 임대 390가구, 조합원 1543명으로 일반 분양 물량은 659가구이다.
먼저 삼성물산은 한남 4구역에 서울시청 잔디광장(6283㎡) 5배 규모의 대형 녹지 공간을 5개 블록에 나눠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조경설계 그룹인 ‘SWA’와 협업해 남산과 한강 사이 위치한 입지적 강점을 살리면서도 경사 지형의 단점을 극복해 주거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SWA는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와 미국 디즈니랜드 등 워드 랜드마크 조경을 기획한 조경 전문 디자인 그룹이다.
여기에 분담금 최대 4년 유예와 이주비 최저 12억원을 보장하는 파격 조건까지 제시했다. 통상적으로 분담금은 입주시점에 100%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입주 후 2년 혹은 4년 시점을 선택해 납부하도록 했다.
조합원 이주비도 기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에 100%를 추가해 총 150%에 달하는 이주비를 조달한다. 가구당 최저 이주비도 12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한다. 종전 자산평가액이 4억원일 경우, 기본 이주비(LTV 50%) 2억원에 추가 이주비(LTV 100%) 4억원을 더한 6억원에 추가로 6억원을 더 지원하는 것이다.
공사비 지급 조건으로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을 내세웠다. 시공사가 공사비를 우선적으로 받는 ‘기성불’과는 달리 조합이 분양을 통해 수입이 생기면 공사비를 받아 가는 조건이다.
경쟁사인 현대건설도 특화설계를 꺼내들었다. 2.7m 높이의 천장고와 2.5m의 조망형 창호를 제안해 높은 공간감과 개방감을 선보일 계획이다. 침실 창호도 일반적인 1~1.5m에서 2.4m 높이로 높여 입주민들이 침실에서도 프리미엄 뷰를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천장고를 최대 40cm 높일 계획이다. 높이 상향은 시공 난이도가 높은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두 시공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은 올해 정비업계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다. 고금리‧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공사비 급증으로 인해 건설업계의 선별 수주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강남, 한강변도 사업성이 낮거나 공사비가 낮을 경우 철저한 시공사의 유찰이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은 지난 4월과 6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두 차례 유찰됐다. 지난 8월 세 번째 공고에서 시공 조건 수정 끝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가 입찰했다.
4구역과 마찬가지로 한강변을 끼고 있는 한남5구역도 DL이앤씨만 두 차례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높은 사업성에도 DL이앤씨가 오랜 기간 공들인 사업장으로 타 건설사들이 무리한 수주전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됐다.
전문가는 한남 지역이 높은 사업성을 가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한남뉴타운이 전체적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 붙으며 입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단지 자체가 하이엔드급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주전에 분양 가능성은 중요한 점으로 꼽히는데 미분양될 가능성이 없는 단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가장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높은 두 시공사가 경쟁입찰을 한다는 것은 사업장이 준수하단 것”이라며 “일반 분양에 대한 확실성, 고분양가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한남은 좋은 위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