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택배물량은 51억5000만건으로, 3년 전인 2020년(33억7000만건)보다 52.9%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이용자수로 보면 100건에 이른다.
택배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통 업체들의 배송 경쟁도 치열해졌다. 빠름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특성상 속도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커지고 있다. 빠른 배송의 대표적인 수혜자는 ‘쿠팡’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가히 혁신적이다. 쿠팡의 성공 이후 이커머스를 비롯한 유통 업체들은 저마다 빠른 배송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커머스의 경쟁이 물류 전쟁으로 심화된 셈이다. 그러면서 배송의 카테고리는 넓어졌고, 점차 다양화돼가고 있다.
식음료나 생필품을 넘어 뷰티, 가전 등에 이르기까지 빠른 배송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처음엔 ‘새벽배송’을 놀라워했던 소비자들이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다. 기대치가 올라가고 빠른 배송에 익숙해지지자 최근에는 ‘오늘배송’, ‘당일배송’, ‘휴일배송’, ‘즉시배송’까지 등장했다. 빠른 배송이 가져다 주는 득과 실은 명확하다. 소비자들은 엄청난 편리함을 얻었지만 유통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배송 경쟁에 내몰리는 중이다.
빠른 배송을 위해 또 누군가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 이면에는 열악한 환경에 몸을 갈며 일하는 수많은 택배노동자들이 있다. 택배기사는 택배대리점과 배송에 대한 위수탁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지급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따라서 택배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택배단가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택배기사는 소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새벽 배송과 과도한 심야 노동이 과로사 문제에 불을 지폈다. 과로사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배송 경쟁이 가열될수록 과로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택배노동자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과로사를 마주하며 일을 한다. 매일 같이 택배노동자를 심야 노동으로 몰고 가는 현실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해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는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
빠른 배송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업체 간 과잉 경쟁을 부추긴다. 극심해지는 배송 경쟁이 산업재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기업문화 개선과 택배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빠른 배송이 기업과 노동자 간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치닫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