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고 사실상 탄핵을 대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택 배경으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일정과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한 ‘기사회생(起死回生) 가능성’ 등이 꼽힌다. 긴급 담화문에서 야당의 전횡, 부정선거 의혹 등을 계엄의 이유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12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광란의 칼춤을 춘다”며 “지난 2년 반 거대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퇴진과 탄핵 선동을 이어갔다. 이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배경이 거대야당의 국정운영 방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문제를 꺼내 ‘부정선거’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린다. 윤 대통령은 당과 국민에게 얘기한 것과 달리 거취를 일임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국민담화) 내용은 내란을 합리화하고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尹 탄핵 선택의 배경…李 ‘공직선거법’ 3심·헌재 법리 다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당이 지속해서 요구한 하야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경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3심 재판 기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야를 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하고, 이는 곧 이 대표의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버티다가 탄핵이 이뤄지면 최장 180일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안에 결론을 내도록 하고 있다. 앞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까지 91일이 소요됐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6·3·3 규정’에 따라 선고가 빠를 가능성이 크기에 최대한 시간을 늦추려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판결이 지난달에 나와 ‘6·3·3 규정’을 적용하면 내년 5월에는 3심 판결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빨리 내지 못하면 이 대표는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진다. 윤 대통령은 탄핵과 내란죄 수사를 대비해 법적 대응에 돌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야는 즉각 권한이 해제돼 복귀할 가능성이 없지만, 탄핵은 헌법재판소 심판 절차를 통해 한 번 더 복귀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에서 윤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며 “탄핵으로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진행해 복귀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尹 ‘비상계엄령’ 정당성 강조…‘부정선거’ 언급 까지
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는 배경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정당하다는 인식도 영향이 있다. 긴급 대국민 담화를 살펴보면 비상계엄령 선포 배경으로 거대야당을 지목하고 있다. 비상계엄령 선포 절차 문제도 지적되고 있지만,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의 목적은 거대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 정상화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장비의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 해킹을 시도하자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인데 선거 결과를 어떻게 선택했나.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살펴보면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는 국가 기능 정상화를 위한 내용이라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극우 유튜브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를 그대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담화문에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는 한 줄 뿐이었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국민적 눈높이를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야당을 반국가적 세력으로 규정해 비상계엄 선포 후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시간을 벌어 이 대표를 밀어내도 민주당에 타격은 없다고 설명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를 요약하면 ‘잘못한 게 뭐냐’라는 의미다.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지목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동요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전략은 탄핵을 받아 헌법재판소에서 법리를 다투겠다는 생각”이라며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해 내란죄를 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6개월 동안 이 대표의 재판을 기다려 형을 확정하겠다는 의미도 보인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으로 민주당은 무너지지 않는다”며 “대구·경북 출신에 민주당 후보인 김부겸 전 총리 등이 등판하면 정부와 여당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