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의 시신을 격납고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부처는 냉동컨테이너로 희생자를 모시겠다고 해놓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유가족들은 희생자 시신 훼손에 대한 우려로 눈물을 흘렸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30일 무안공항 2층 라운지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관료들과 공무원에게 뒤통수를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전한 내용을 전달만 했는데 죄인이 된 것 같다”며 “높으신 분들이 (희생자 관련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지만 하나도 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형제와 동생, 가족분들이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정부가) 오후 두 시면 냉동 컨테이너가 완벽히 준비되고, 오후 네 시에는 한 장소에 모든 사람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가보니 트레이너를 조립하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울먹이며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게 없어 언론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관료들이 하는 말은 하나도 믿지 않겠다”며 “부처마다 하는 얘기가 다르고 서로 핑퐁 해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마지막 존엄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피해자들의 유해가 방치돼 있다”며 “그동안 시체는 훼손되고 부패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관료들이 너무한 것 같다. 꿀 발린 말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100%를 움직여야 하면 30%만 움직이고 있었다”며 “모든 소속 정당 의원들은 저희를 도와 달라. 그래야 우리의 요구가 이뤄질 것 같다”고 울먹거렸다.
이 발언에 유족들 사이에서는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눈물을 쏟아냈다. 일부 유족들은 고개를 돌렸다. 박 대표는 브리핑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희생자가 단 한 명도 냉동고에 들어가지 못했냐’는 물음에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거짓말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국토교통부와 해양항만이다. 보건복지부와 무안군, 전라남도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있지만, 한 번에 처리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이 사고에 대해 우리를 지원하기로 한 부처가 어딘지도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무안=임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