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해외를 찾는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여행 국가에 감염병이 일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 동안 국내 여행객의 해외 여행은 지난해(2024년 2월9일~12일)보다 73%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최대 9일간 ‘황금 연휴’가 이어지면서 해외 여행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국가에서 바이러스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어 방역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멀티데믹’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인플루엔자 환자 수가 258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주보다 10만명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미국과 중국, 인도에서는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가 급속히 퍼졌다. 가장 심각한 나라는 중국으로, 북부와 남부 지역의 전체 외래·응급 환자 인플루엔자 유사 사례 중 HMPV가 각각 2위,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지난달 동남아 지역을 찾았던 여행객 2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당국이 ‘동남아 여행 주의사항’ 자료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해외 각지에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감염병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의료시스템이 과부화되고, 치료제가 부족한 상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멀티데믹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입원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빠른 감별진단이 필요하다”며 “해외 여행 중에는 고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도 약만 먹고 참는 경우가 있는데,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고열과 심한 근육통이 있거나 △65세 이상,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현지에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감이나 코로나19는 고위험군에게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치료제를 제때 복용하지 않으면 위중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또 “동남아 같은 의료 낙후 지역은 의료기관에 방문하더라도 치료제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고위험군이거나 장기간 여행을 계획했다면 숙소 근처에 있는 큰 규모의 의료기관을 확인해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다. 신 연구위원은 “마스크 만큼 효과적인 방역은 없다”며 “손 씻기도 중요하지만, 동남아나 중국은 물 위생이 좋지 않을 수 있어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예방 백신이 있는 감염병의 경우 반드시 여행 전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외 여행 중엔 아세트아미노펜·이부프로펜 성분의 해열제, 살균소독제, 외용제, 지사제, 소화제 등 상비약을 구비하는 게 좋다. 국가별 병원 정보는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홈페이지의 ‘국가별 기본정보’에서 국가명을 입력하면 지역별 의료기관 연락처와 한국어 통역원 배치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생후 12개월~6세의 영유아는 해외여행 전 총 2회에 걸쳐 홍역 백신(MMR)을 접종해야 한다. 미접종자나 1세 미만 영유아 등은 홍역이 유행하고 있는 국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6개월~13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층은 독감 감염 시 중증화 위험이 커 백신 접종을 권한다. 고령층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함께 받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