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 ‘마약관리자’ 배치 의무화…의료계 “현장 상황 반영 안돼”

동네 병원 ‘마약관리자’ 배치 의무화…의료계 “현장 상황 반영 안돼”

“인력 고용 부담으로 영세 1차 병원 폐업 우려”

기사승인 2025-01-24 14:02:39
게티이미지뱅크

병원급 의료기관에 두던 마약류 관리자를 의원급에도 배치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의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 사용 비중이 높은 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는 정부가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해당 법안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과 똑같은 공포스러운 약인 것처럼 호도하는 악법”이라고 밝혔다. 마약과 정신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엄연히 다름에도 이를 한꺼번에 ‘마약류’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마약류 취급 의료기관의 규모와 상관없이 약사를 마약류 관리자로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마약류 관리자를 동네 병원에도 배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두 학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고용 부담이 커지면서 영세 1차 의료기관이 폐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의사 수와 관계없이 마약류 관리자 배치 기준을 모든 의원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마약류 관리 약사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고용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학회들은 “병원급 기관 마약류 관리 약사가 어떤 의미 있는 업무를 하고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파악이 이뤄졌는지, 책임 없이 그저 의무적으로 고용만 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의료기관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고 시행해야 하는 개정안에 대해 일선 의료단체와 협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법안이 의료 현실과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며 과도한 강제성이 부여되는 법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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