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 쟁점 사항에 대해 차례로 판단한 뒤 검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의 부당한 개입으로 삼성물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봤고, 1심과 같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또 이 회장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2000건이 넘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으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심 판결의 주요 변수는 지난해 8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처분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될 전망이었다. 행정법원은 증권선물위가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재판 1심 재판부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단한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는 거짓회계라 보기 어렵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보고서도 조작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해 2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심 판결에서 이 회장 등 기소된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