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찬우 회장, 첫 행보부터 ‘원팀’?…NH증권 간 속내는

강호동·이찬우 회장, 첫 행보부터 ‘원팀’?…NH증권 간 속내는

기사승인 2025-02-16 06:35:04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에서 새해 첫 계열사 현장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이찬우 신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새해 첫 계열사 방문지로 NH투자증권을 택했다. 두 수장이 최대 계열사인 농협은행 대신 NH투자증권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인사 갈등 봉합 및 NH투자증권의 실적 향상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올해 첫 계열사 현장경영으로 지난 3일 NH투자증권 본사를 찾았다. 강 회장은 “NH투자증권이 지난해 우수한 수익을 거양해 농업·농촌 지원에 큰 역할을 수행한 만큼, 올해도 선도적인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한다”며 “농협의 전 임직원이 한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 가자”고 힘줘 말했다. 같은 날 NH농협금융지주에서는 ‘이찬우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농협금융의 새 수장이 된 이 회장도 지난 12일 계열사 현장경영 첫 순서로 NH투자증권 본사를 방문했다. 이후 NH투자증권 등 경영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당부했다.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소재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도시락 오찬을 통해 계열사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NH농협금융 제공


두 수장의 행보는 그룹 내에서 커진 NH투자증권 존재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의 실적 성패는 최근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에 달렸다. 비은행 계열사를 고루 갖춘 금융지주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반면, 은행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경우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올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희비를 가른 건 비은행 부문이다. 신한은행은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며 KB국민은행을 제쳤지만, 비은행에서 15%가량 순익 차이가 나면서 결국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농협금융이 그룹 내 ‘제2의 캐시 카우’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NH투자증권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절실한 이유다.

NH투자증권의 존재감은 실적 성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순익은 6866억원으로 전년 5530억원보다 24% 늘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순익은 1조8070억원으로, 전년 1조7805억원 대비 1.5%(265억원)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성장이 농협금융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두 회장의 행보는 은행과 비은행 부문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 농협금융의 이익을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NH투자증권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격려하려는 차원의 방문이었다”고 했다.

이번 방문이 지난해 ‘인사 논란’ 이후 남은 불안을 청산하고, 화합의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기 위한 의도라는 시선도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강 회장은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밀었지만, 농협금융 임원추천위원회가 독립성을 내세우며 마찰을 빚었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인사 갈등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새로 취임한 이 회장 앞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해묵은 숙제가 놓여 있다. 이 회장의 NH투자증권 방문이 강 회장과 손발을 맞춰 농협금융의 성장 발판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이유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