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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12시 30분쯤 지난 시각, 마곡역 1번 출구를 나오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 곳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이날 오픈한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 마곡점을 찾는 고객들이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발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점심 시간을 맞아 식당가를 찾은 고객부터 막간을 이용해 쇼핑하러 온 고객 등 매장을 방문한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개장 시간인 10시부터 오후 1시가 넘는 시간까지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며 엄청난 인기를 방불케했다.
마곡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황 모씨(여·40대)는 “주위 엄마들이 오늘 마곡점을 개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물품을 구매하러 왔는데 물건이 많고 다양해 앞으로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모씨(여·54)도 “사무실이 마곡 근처인데 외부 광고를 보고 오늘이 개장일인줄 알고 방문했다”면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들렀는데 규모도 넓고 상품 구색도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마트가 이날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전국 23번째 매장이다. 서울 강서 지역 첫 창고형 할인점이자 마곡 신도시 첫 대형마트이기도 하다. 이날 마곡점은 오픈 기념으로 ‘김창수 위스키’에서 단독 생산한 ‘김창수 위스키 싱글캐스크 51.8’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특별히 이날 오전 김창수 대표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 사인 행사도 진행했다. 판매 수량인 120병은 매장 오픈 30분 만에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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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길을 끈 건 매장 안쪽에 위치한 ‘건담 팝업스토어’였다.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기존 매장과 차별화된 요소로 최대 규모의 특화 로드쇼 공간을 신설했다. 로드쇼 공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 프라모델과 뽑기 머신 등이 마련돼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켠에서는 장난감을 직접 조립하는 고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트레이더스 로드쇼는 한 점포에서 연중 판매하는 것이 아닌 약 2~3주 동안 특색 있는 아이템으로 전국 점포를 순회하면서 진행한다. 마곡점에서는 상시 운영될 예정으로, 아이템은 향후 반응을 고려해 바뀔 수도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다른 테마로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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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점은 트레이더스 매장 중 면적 1만1636㎡, 약 3520평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마곡점이 3년 내 매출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본다”면서 “전체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하남점보다도 10% 이상 면적을 늘렸다”고 전했다.
이마트가 마곡에 매장을 연 이유는 주요 소비계층이 몰려있고, 많은 유동인구와 뛰어난 교통망을 고려했다. 트레이더스 마곡점 주변은 6km 반경 안에 마곡 신도시를 비롯해 약 120만명이 넘게 거주하고 있다. 오피스 상권도 발달해 거주민과 유동인구 모두 많다. 또 주요 소비층인 3~4인 가구 비중(31.5%)과 대형마트의 주 고객인 40~50대 인구 비율(32.3%)이 서울시 평균보다 높다. 5호선과 9호선 등 대중교통이 인접해 있는 교통의 요충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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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스, 성장세 힘입어 실적 견인차 역할
트레이더스가 지속 출점을 이어가는 것은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세와도 연결된다. 고물가 여파로 창고형 할인점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냈던 이마트가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룬 가운데, 트레이더스가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레이더스는 고객 수 증가 등에 따른 꾸준한 매출 증대와 영업이익 개선으로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트레이더스 매출은 1768억원, 영업이익은 92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2%, 59% 늘었다. 고객 수도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이는 고물가 시대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이 소비자의 니즈와 맞물리며 고객 유입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트레이더스는 마곡점에 이어 하반기 인천 구월동에도 추가로 신규 점포를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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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트레이더스는 신규 출점을 비롯해 신규 점포 부지도 추가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을 통해 선보인 몰타입 형태의 점포를 늘리고, 이마트 푸드마켓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집합한 마곡점을 통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된 상품, 지역 상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강서 지역·경기 서부권의 쇼핑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트레이더스 마곡점의 성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서구는 대형마트 3사가 모여 있는 서울 서부권 대표 격전지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본점인 강서점과 가양점을 두고 있고, 롯데마트는 김포공항점을 운영하고 있다. 마곡점 오픈에 따라 대형마트 3사들의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자녀가 있는 가족단위 고객이 많이 찾는다”면서 “요즘 1~2인 가구가 느는데다 마곡은 오피스 상권으로 소용량의 수요가 높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입지상 대형마트에 둘러싸여 있어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트레이더스만의 확실한 경쟁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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