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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개편을 내걸었다. 상속세를 현실화해 중산층 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중도를 흡수하려는 그의 ‘우 클릭’ 행보와 일치한다. 조기 대선을 안전하게 치르기 위함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당내 독주 이미지를 씻고, 대안·수권정당 면모를 계속 노출시켜야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액과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 금액을 높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금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임광현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기획재정위원회 재정소위원회가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상속세 현실화는 원래 기조와 달라 발의 때부터 중도 겨냥 정책으로 평가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대선에서 이 대표 주요 민생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탈이념 행보에 비판도 많지만 이 대표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와 대면하고, 지역화폐를 포함한 추경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년 연장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선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이 모든 게 대선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정책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스스로 비 호감 프레임을 깨뜨리려는 전략이라는 것.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18일 “전통 지지층을 붙잡아두고 중도 지지층도 잡아야 대선에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스스로도 비호감이 높은 걸 아는데, 비 호감을 줄이는 정책은 기존 정책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류층은 여당 지지자가 많고, 중산층은 중도 지지자가 많은데, 중도 지지자를 얻으려면 정책적으로 ‘우클릭’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항소심(2심) 선고는 내달 말로 예상된다. 1심 형량이 유지되거나 형량이 더 무거워도 이 대표는 출마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이 대표 본선 진출을 막을 만한 경쟁자는 없다. 이 사이에 대통령 탄핵이 인용 되면 60일 이내에 경선과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법원 선고가 대선보다 이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선무효 실형이 확정되면 사법부가 인정한 범죄자가 된다. 이러면 여당 공세가 이어질 것이고, 당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정권 교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대표로선 대통령 탄핵부터 경선, 대선에 이르는 기간 동안 여론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도 지지층을 붙잡아둬야 한다.
박 교수는 “대선까지 두 달 안에 여론이 뒤집힐 수 있고, 여당도 보수언론 등을 이용해 이 대표를 공격할 텐데 여론이 거세면 당도 감당하기 힘들다”며 “이걸 막기 위해 중도 ‘우 클릭’을 하고 비명계와 만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생 달래기 행보가 대통령 탄핵 저지에 집중하는 여당과 비교되는 점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이 대표가 중도를 겨냥한 정책으로 민생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대안, 수권정당이라는 것을 보이려는 것”이라며 “민생이 어려운데 헌법재판소 욕하기 바쁜 국민의힘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라 민주당으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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