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DJP연합 떠올린 이재명…‘중도보수’ 승부수

김대중의 DJP연합 떠올린 이재명…‘중도보수’ 승부수

이재명 “민주당, 원래 진보 정당 아니다”
조기대선 앞두고 외연 확장 행보 가속
내란사태 이후 보수 개념 바뀌었다는 점 지적
비명계에선 “이재명 마음대로 정체성 바꾸는 건 월권”

기사승인 2025-02-20 06:01:0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중도보수’ 발언을 두고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보수층을 포용하는 ‘우클릭’ 행보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음 날(19일)에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진보 정당은 정의당이나 과거 민주노동당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 발언은 김 전 대통령 전략을 참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당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 연합을 결성해 보수층 지지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DJP연합으로 내각제 개헌을 약속하며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는 보수층 반감을 완화하는 요인이 됐다. 결국 대선에서 충청권과 호남, 수도권에서 지지를 얻으며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 대표 역시 ‘내란 사태 이후 보수의 개념이 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의힘이 극우로 치우친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도보수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표가 향후 ‘안정적인 정치’에 방점을 두고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한 초선 의원은 1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극우로 쏠리면서 보수라는 개념이 바뀌었음을 지적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보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 대표 발언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사실 민주당 정치적 이념 성향을 굳이 규정하면 중도보수적 스탠스”라며 “우리 정치 지형이 너무 보수적으로 치우쳐 있어서 민주당이 진보적으로 보였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진보적 지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역시 YTN 라디오에서 “중도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 역할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유럽 중도정당들은 중산층과 서민보다 훨씬 왼쪽까지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 발언도 이런 흐름 속에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중도로 이동하는 현상을 설명하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당 정체성을 독단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권 행보와 당 운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며 “진보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지지해 온 당원과 지지자들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단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과 조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는 입장문을 통해 “유승민·안철수와 통합하면 딱 맞을 발언”이라며 “중도층을 확보하겠다는 명목으로 내부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려 하는 것은 당 비민주성과 사당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당 대표와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당 운영과 개인 대권 전략을 구분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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