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 시장 내 한국의 입지가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방산 기업·기관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 현대로템, LIG넥스원,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각)부터 2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중동·아프리카 최대 규모 국제방산전시회 ‘IDEX 2025’에서 전시뿐만 아니라 각종 업무협약 체결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은 UAE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타와준 경제위원회 산하 품질검수 기관 TQC와 ‘군수품 품질관리 및 인증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18일(현지시각) 체결했다. 이들은 UAE 무기체계 및 방산물자 품질 검수와 신뢰성 인증 협력을 바탕으로, UAE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최대의 무인차량 기업 ‘밀렘 로보틱스’와 최신 궤도형 무인차량인 T-RCV의 공동개발 및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IDEX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더불어 강구영 KAI 대표,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가 직접 참석해 글로벌 방산기업,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기술력을 알리고, 방산 분야를 넘어 조선·해양, 우주, 에너지 등 다방면에 걸친 협의를 이어갔다.
김동관 부회장은 UAE 대표 방산기업 EDGE그룹 CEO ‘파이살 알 반나이’를 만나 다양한 방산 수출 솔루션을 논의했으며, 구본상 회장은 현장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에게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과 저고도에서 고고도를 아우르는 다층방어 통합 솔루션 ‘K-대공망’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회서 중동형 K2 전차와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 실물을, KAI는 첨단 유무인복합체계 기술이 적용된 국산항공기를 선보이며 마케팅을 펼쳤다. KAI는 KF-21, FA-50, 소형무장헬기 등 주력기종과 함께 수리온 파생형으로 지난해 12월 초도비행에 성공한 상륙공격헬기도 선보였다.
KAI는 지난해 12월 이라크와 1300억원 규모의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수출계약을 체결하며 11년 만에 중동에 완제기 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이번 전시회 기간 중에도 개최국인 UAE를 비롯해 중동·아프리카 고위 정부 관계자, 군 수뇌부들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KAI 관계자는 “앞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당시에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주변 국가로 시장을 확대한 만큼, 이번 중동 시장 또한 UAE·이라크 등을 시작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폴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해 온 한국 방산 시장에 대한 중동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방산기업 한 관계자는 “최근 불안정한 중동 정세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에서의 국제통상 불안감 등을 이유로 중동 시장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들도 전례들을 봤을 때 한국기업이 기술력과 동시에 납기일을 준수하는 등 높은 신뢰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의 MOU를 통해 K-방산의 첨단 기술력이 입증된 중동 시장에서 중장기적인 공동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UAE 무기체계 품질관리에 기여하며 수출국 국방력 강화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