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보다 의미, 전지적 배우 이민호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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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주연 배우 이민호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24 06:00:08
배우 이민호. MYM엔터테인먼트 제공


“안 믿으시겠지만 저는 한 번도 작품 하면서 멋있어 보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웃음).”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에서 독보적인 미남 캐릭터 유중혁 역을 맡은 배우 이민호의 항변이다.

16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극중 설정이 (저를) 멋져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며 “결핍 요소가 클수록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따지고 보면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유중혁을 두고 “멋지다고 얘기할 지점들이 딱히 있나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분량 대부분은 김독자(안효섭)에게 집중됐다. “사실 영화에 부제를 붙이자면 ‘모험의 시작’ 같은 느낌이잖아요. 독자의 시선에서는 동경했던 인물이기도 하고 소설의 주인공이니 그렇게 보일 뿐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전개된다면 유중혁이 멋있어 보일 만한 부분들이 많이 나올 거예요. ”

인물의 수려한 외모에 대한 싱크로율을 높이기보다 더 처절해 보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감독님께 늘 말했었어요. 어떤 순간이든, 그 처절함이 묻어나면 좋겠다고요. 처절하면 처절할수록, 그게 보는 분들에게 느껴질수록, 작품이 설득력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애당초 비중을 개의치 않는 편이란다. ‘얼마나 나오는지’가 아닌 ‘어떻게 나오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은 애플TV+ 시리즈 ‘파친코’ 후 더 확고해졌다. “존재의 의미, 이야기 안에서의 기능을 따지는 편이에요. 설득력만 충분하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파친코’를 경험하면서 새롭게 채워지는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앞으로 더 여러 갈래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이민호. MYM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신의 선택이 의외라는 반응이 오히려 “선입견”이라고도 했다. “외국 작품만 봐도 저 사람이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안 해요. 저는 없었거든요. 사실 20대 때는 그런 작품이 제안조차 없었기 때문에 못 했을 뿐이고,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대했던 적은 없어요.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최우선이고, 그 안에서 의미는 있어야겠지만, 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줄곧 한류스타로서 위상이 높았던 탓이다. 요즘이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이민호는 이런 흐름이 오기 전부터 일찌감치 한류의 중심을 ‘치열하게’ 지켜왔다.

“정말 척박했었거든요. 15년 전에는 일주일 내내 하루에 한두 시간 쪽잠 자면서 촬영했었어요. 선배들은 더 척박한 환경에서 그렇게 해주셨고요. 그 치열함이 10년, 20년 쌓여서 지금처럼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또 치열하게 일해야 이 현상이 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해요.”

15년 전을 회상할 만큼 잔뼈 굵은 배우가 됐지만, 치명적인 스캔들 하나 없이 롱런하고 있다는 점 역시 대중이 그를 여전히 원톱 주연으로 보는 이유일 터다. “제 욕구가 분명히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럴 때 조금 더 중요한 걸 생각해요. 가족이라든지, 하고 있는 프로젝트라든지, 개인보다 큰 무언가를 생각하고 절제하려고 노력해요. 그럼에도 요즘은 민감한 상황이 많아서 언제 그런 이슈가 터질지 모르니 늘 신경 쓰는 편이에요.”

이렇듯 왕관의 무게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배우로서 도전만큼은 거침없이 이어 나갈 계획이다. “제 30대 필모그래피는 진행형이에요. 앞으로 3~5개 작품을 찍고 나면, 이민호가 어떤 것을 추구하며 걸어왔는지 완성될 거예요. 새로운 환경에 저를 던지는 걸 좋아하는데요. 20대 때 쌓은 경험으로 10년 넘게 지금까지 왔으니, 새로운 걸로 나를 채워야 앞으로의 10년도 건강하게 잘해 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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