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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의 예산 삭감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박 의원은 오 시장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 의원은 21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기 전 “어제(20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또다시 ‘중증외상 수련센터 예산을 국회가 삭감한 게 맞다’고 얘기했다”며 오 시장이 허위 사실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 참석해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 예산은 국회 복지위에서 여야가 함께 증액하기로 한 것은 맞으나, 예산결산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반영이 안 돼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그래서 ‘국회 삭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 삭감으로 수련센터가 문을 닫을 뻔했다는 자신의 발언은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국회 복지위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실 관계 다시 확인해 보겠다. 정부가 중증외상 수련센터 예산안을 국회로 넘길 때 0원이었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그렇다. 정부안에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국회 상임위에서 증액했지만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은 “‘0원인 예산을 국회가 삭감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장관도 얘기했지 않았나”라고 묻자 조 장관은 “관련 보도 이후 자료를 배포해 설명했다”고 했다.
국회 복지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소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르면, 복지부는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사업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이후 국회 복지위 예결소위에서 다시 8억8800만원을 증액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증액 심의를 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삭감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 의원은 국회 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오 시장님은 국회의원도 했던 분인데 삭감의 의미를 모르는 건지 거듭 틀린 말씀을 하시고, 어제 시정실문에서도 똑같은 취지의 말씀을 하시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중증외상 수련센터 예산 삭감을 둘러싼 오 시장과 박 의원 간의 설전은 이번만이 아니다. 오 시장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원 예산 9억원이 전액 삭감돼 국내 유일 중증외상 수련센터 운영이 중지될 위기”라며 “이에 서울시가 재난관리기금 5억원을 투입해 수련 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그러자 곧바로 박 의원은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예산은 지난해 예산에서 전액 삭감된 0원이었다”며 “이것을 되살린 것이 국회 복지위 민주당 의원들이지만, 정부 여당의 증액 협상 거부로 끝내 반영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14년 고려대구로병원은 국내 최초 복지부 지정 서울 외상 전문의 집중 육성사업 병원으로 선정돼 11년째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를 운영해왔다. 외상전담 진료 의사 중 수련센터 졸업생이 70%가량에 달할 정도로 수련센터는 중증외상 전문의 육성의 산실로 꼽혔다. 매년 2명가량의 국가 장학 외상 전문의가 이곳에서 나오고 있으며 지금껏 20여명이 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