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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신진서 보유국’입니다.”
‘바둑 삼국지’ 농심배에서 ‘끝판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주장 신진서 9단이 올해도 변함없이 홀로 남아 한국 우승을 결정하자 생중계를 진행하던 해설진에선 감탄이 터져나왔다. 팬들은 “바둑은 서로 번갈아가며 돌을 놓다가 결국 신진서가 이기는 게임”이라며 환호했다.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최종국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마지막 대국에 출전한 한국 주장 신진서 9단은 중국 주장 딩하오 9단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혈투를 벌인 끝에 242수 끝 백 불계승을 거뒀다. 신 9단의 농심배 18연승이자 5년 연속 스스로 한국 우승을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최종국에서 신 9단은 중반 감각적인 한 수로 일거에 우세를 확립하면서 크게 앞서갔다. 하루 전 중국 부주장 리쉬안하오 9단과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한 이후 상대에게 기회를 허용하지 않고 완승을 거둔 만큼, 이날도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신진서가 인정한 ‘강적’ 딩하오 9단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최강으로 저항해온 딩하오 9단의 승부수에 신 9단이 실수를 범했고, 국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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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탈출에 성공한 딩하오 9단이 한 때 크게 리드한 상황도 벌어졌다. 미동 없이 대국을 이어가던 신 9단도 이때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세계대회 결승에 3번 올라 3번 모두 우승할 정도로 ‘강심장’으로 손꼽히는 딩하오 9단인 만큼 더욱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역전을 허용한 이후, 신진서 9단은 오히려 냉정을 되찾고 최선의 수로 추격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단체전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신 9단의 저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난전 상황에서 상대를 가장 괴롭히는 최선의 한 수를 찾아냈고, 이를 딩하오 9단이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서 다시 역전이 이뤄졌다.
재역전에 성공한 신 9단은 더 이상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완벽한 마무리로 국면을 정리해나간 신 9단은 242수 만에 항서를 받아내면서 5년 연속 우승, 도합 18연승 대기록을 완성했다.
우승을 결정한 신진서 9단은 “지난 대회 6연승보다 올해 2연승이 더 어렵다고 느낄 정도로 오늘 바둑은 너무 힘들었다. 고비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런 큰 승부에서는 실수 하나가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성을 잡고 마지막까지 집중했다”면서 “이번 3차전에는 박정환 9단은 물론 설현준 9단도 동행해 함께 연구해준 덕분에 시너지 효과가 났던 것 같다. 우승에 큰 보탬이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홍민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지난 대회 못지않게 벅차서 오늘 잠을 못 잘 것 같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 낸 우승이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1분 초읽기 1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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