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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대역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는 박정환 9단의 ‘명국’이었다. “리쉬안하오가 던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던 순간, 너무 큰 실수가 떨어졌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이게 뭡니까…99%였던 바둑이 5%가 됐어요”라고 탄식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19일 속행한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2국에서 한국 박정환 9단이 중국 리쉬안하오 9단에게 252수 만에 흑으로 불계패했다. 양 팀 모두 네 번째 주자, ‘부주장’간 대결이었고, 지는 쪽은 한 명만 남게 되는 상황에서 당한 뼈아픈 역전패였다.
초반부터 박정환 9단이 마치 인공지능처럼 빈틈없이 국면을 운영하며 승세를 확립했다. 하변 일대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90%를 상회하는 승률을 유지하면서 승리를 눈앞에 뒀던 박 9단은 우하귀를 지키는 안정적인 선택 대신 하변을 크게 키워가는 수를 선택했다.
반대로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어진 리쉬안하오 9단은 ‘옥쇄’를 각오하고 우하귀에서부터 전단을 구했고, 이때부터 박정환 9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변 백 대마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고, 마지막 순간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바둑TV에서 생중계를 하던 박정상 해설위원은 “박정환 9단의 명국이었는데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박정환 9단이 탈락한 한국은 주장 신진서 9단만 남았다. 중국은 리쉬안하오 9단과 딩하오 9단 2명이 남았고 일본은 전원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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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도 결국 신진서 9단과 중국 선수들의 대결로 압축됐다. ‘농심배 수호신’으로 불리는 신 9단은 지난 22회 대회부터 25회까지 4년 연속으로 한국에 우승트로피를 안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신 9단은 한 판도 패하지 않고 16연승을 달리면서 국제대항전 연승 신기록을 경신(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이창호 9단의 14연승)하기도 했다.
한편 신진서 9단은 리쉬안하오 9단과 상대 전적에서 2승 2패로 호각을 이루고 있다. 두 기사의 대결은 20일 오후 3시(한국시간)에 펼쳐진다. 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농심신라면배 우승상금은 5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