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뭡니까…99%가 5%가 됐어요” 바둑은 ‘슬픈 드라마’

“이게 뭡니까…99%가 5%가 됐어요” 바둑은 ‘슬픈 드라마’

박정환, ‘바둑 삼국지’ 농심배서 중국에 뼈아픈 역전패
한국, ‘끝판왕’ 신진서 9단 출격…20일 리쉬안하오와 격돌

기사승인 2025-02-19 22:33:13
박정환 9단(오른쪽)이 리쉬안하오 9단에게 대역전패를 당했다. 한국기원 제공

믿을 수 없는 ‘대역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는 박정환 9단의 ‘명국’이었다. “리쉬안하오가 던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던 순간, 너무 큰 실수가 떨어졌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이게 뭡니까…99%였던 바둑이 5%가 됐어요”라고 탄식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19일 속행한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2국에서 한국 박정환 9단이 중국 리쉬안하오 9단에게 252수 만에 흑으로 불계패했다. 양 팀 모두 네 번째 주자, ‘부주장’간 대결이었고, 지는 쪽은 한 명만 남게 되는 상황에서 당한 뼈아픈 역전패였다.

초반부터 박정환 9단이 마치 인공지능처럼 빈틈없이 국면을 운영하며 승세를 확립했다. 하변 일대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90%를 상회하는 승률을 유지하면서 승리를 눈앞에 뒀던 박 9단은 우하귀를 지키는 안정적인 선택 대신 하변을 크게 키워가는 수를 선택했다.

반대로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어진 리쉬안하오 9단은 ‘옥쇄’를 각오하고 우하귀에서부터 전단을 구했고, 이때부터 박정환 9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변 백 대마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고, 마지막 순간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바둑TV에서 생중계를 하던 박정상 해설위원은 “박정환 9단의 명국이었는데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박정환 9단이 탈락한 한국은 주장 신진서 9단만 남았다. 중국은 리쉬안하오 9단과 딩하오 9단 2명이 남았고 일본은 전원 탈락했다.

신진서 9단은 22회부터 25회까지 16연승을 기록하면서 ‘농심배 수호신’으로 불리고 있다. 바둑TV 캡처

이번 대회도 결국 신진서 9단과 중국 선수들의 대결로 압축됐다. ‘농심배 수호신’으로 불리는 신 9단은 지난 22회 대회부터 25회까지 4년 연속으로 한국에 우승트로피를 안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신 9단은 한 판도 패하지 않고 16연승을 달리면서 국제대항전 연승 신기록을 경신(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이창호 9단의 14연승)하기도 했다.

한편 신진서 9단은 리쉬안하오 9단과 상대 전적에서 2승 2패로 호각을 이루고 있다. 두 기사의 대결은 20일 오후 3시(한국시간)에 펼쳐진다. 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농심신라면배 우승상금은 5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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