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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베개 밑에 돈이 쌓인다는 미국 저작권자들처럼, 우리나라 권리자들을 두텁게 보호하겠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은 해외 진출 창작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침해 예방과 분쟁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맞춤형 해외 저작권 바우처’ 지원 사업을 펼쳤다. 피해액만 수천억원에 달했던 ‘미국판 누누티비’ 코코아TV 사이트 소송 비용을 지원하며 미국 법원의 사이트 폐쇄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해당 예산이 5억원 증액되면서, 더욱 많은 저작권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졌다.
저작권 보호 전선을 진두지휘하면서 역대 최고라 해도 좋을 성과를 올린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이 지난 19일 쿠키뉴스와 만났다. 박 원장은 “2024년은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한 해였다”고 돌아보면서 “문체부와 함께 대한민국 저작권 보호 대상을 신설했고, 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을 발족해 저작권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과 연 5회 만나 기술 대변혁의 시대에 저작권 보호 방안을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보호원은 해외 저작권 침해에 대해 ‘시스템 고도화’, ‘국제공조 강화’, ‘사전 예방체계 구축’ 등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지난해 다양한 성과를 창출했다. 먼저, K-드라마 등 불법 영상 콘텐츠 약 6400편을 유통한 태국어 불법사이트를 최초로 접속 차단시키고, 필리핀과 베트남의 대규모 K-콘텐츠 침해범을 검거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업계 추정 피해액이 최소 4조9000억원이었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에 의해 검거됐고, 지난 10일에는 K-콘텐츠는 물론 글로벌 OTT 업체의 영상 3만2124건을 불법 유포한 ‘피클TV’, ‘TV챔프’ 운영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호원은 ‘저작권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보호원은 내부에 ‘저작권디지털포렌식센터’를 운영하며 지난해 7월 필리핀 현지에서 불법 IPTV(피해 추정액 약 297억원) 운영자를 검거하는데 기여했다. 8월에는 웹소설 250만건, 웹툰 74만건이 넘는 불법 복제물을 유포하면서 불법 광고 수익으로만 월 평균 6000만원을 벌어들인 국내 최대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 플랫폼 ‘아지툰’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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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하고 검거하는 성과도 컸지만, 불법 사이트가 아닌 미디어사인 경우 저작권자와 정식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기도 했다. 일례로, K-드라마를 무단으로 방영하던 태국의 거대 콘텐츠 회사와 한국 방송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보호원이 해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 콘텐츠 제작자는 ‘수출’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얻었고, 태국 내에선 저작권 계약 당사자가 앞장서서 자국 내 불법 복제물을 단속하도록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저작권 보호 강국으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보호원의 선진 저작권 보호 시스템과 기술을 ‘세계지적재산기구(WIPO)’와 협업을 통해, 개발도상국가들에 적극 전수하는 것을 골자로 올해 ‘해외 전수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이 K-컬처 뿐만 아니라 K-저작권 보호기술과 시스템을 전수하는 나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한 보호원의 노력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부터 저작권 보호 인식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추진한 ‘K-저작권 지킴이’ 사업은 올해 이용자·창작자·관련 기업의 참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선발된 ‘대학생 지킴이’들은 직접 영상과 카드뉴스 등 60개의 저작권 보호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확산했고 대학생 지킴이들이 직접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교재 등 총 251건의 불법 복제물을 적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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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지킴이’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이 변화되는 모습이었다”면서 “저작권 보호에 큰 관심을 갖게 된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청과 연계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저작권 보호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대학 캠퍼스 내에서 친구와 선후배들을 대상으로 불법 대학 교재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해단식에서 소감 발표를 한 지킴이 중 한 명이 ‘지킴이 활동 덕분에 사내에서 발생한 저작권 문제를 빠르게 파악해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보호원은 대학생 지킴이를 지난해 50명에서 올해 60명으로 늘려 운영할 예정이다. 더불어 창작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저작권 보호 캠페인을 확대하고, 콘텐츠 기업과의 연계로 장르별 공동 캠페인도 확산할 계획이다.
많은 성과를 낸 보호원은 올해 ‘저작권 침해 종합대응시스템’ 구축 마지막 단계인 3단계 작업에 돌입한다. 박 원장은 “1단계에서 저작권 침해 대응 프로세스를 일원화했다”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감지부터 심의, 시정권고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에서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저작권 침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대국민 서비스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인 박 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3단계에서는 언어별 저작권 침해정보 수집 시스템 등 핵심 시스템 간 연계를 확대하고,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대국민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원장은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아울러 우리 모두 콘텐츠 침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복제를 하다 보면 결국 복제할 콘텐츠가 사라진다는 진리를 깨닫고, 우리 모두 저작권에 연관돼 있는 만큼 작은 실천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