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은 용량을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걸 왜 막는지 모르겠어요. 재고가 금방 빠질 것 같아 온 김에 몇 개 사 두려고요.”
8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이 약사들의 반발에 다이소에 입점시킨 건강기능식품을 끝내 철회하면서 대웅제약과 종근당도 다이소 입점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이소 건기식은 3000원~5000원 가격으로 책정돼 입점 첫날부터 인기를 끌었다. 한 다이소 매장 관계자는 “매대에 채워 두면 하루이틀만에 진열된 제품이 거의 동나기도 했다. 젊은 손님들부터 60~70대 분들도 많이 찾으신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종합 비타민제, 칼슘제, 루테인 성분을 함유한 눈 영양제, 가르시니아, 밀크씨슬, 오메가3 등 약 30종의 영양제다. 의약품으로 구분되지 않아 일반 마트나 쿠팡 등 플랫폼에도 입점돼 있다. 다만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용량과 함량은 조금씩 달라서 같은 제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약사들의 입점 반발이 끊이질 않아 제약사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유명 제약사가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마치 같은 성분·용량의 제품을 약국에서 훨씬 비싸게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논란 후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일양약품은 약사회와의 면담 직후 입점 철회를 결정했다. 다이소 입점 닷새 만이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철회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제약사에게 입점 철회를 강요한 약사회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비판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애초에 건기식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유통되며, 건기식 시장 규모가 약 6조원에 이르는데 비해 약국 매출 비중은 3~4%에 그칠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7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소비자 선택권에 악영향을 주는 약사회 주장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는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명백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라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이소몰 앱을 통해 재고가 있는 매장을 일부러 찾아왔다는 김선빈(30·여)씨는 “집 근처 매장은 재고가 전부 떨어져서 20분 거리에 있는 매장을 찾아왔다”며 “한번에 많은 양을 구매해야 하는 기존 포장에 비해 적은 용량으로 구분되어 있어 편리하다. 하나씩 선물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며 “뉴스를 보니 곧 판매가 중지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여러 개 사 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같은 매장을 찾은 박모(31)씨는 “포함된 성분도 조금씩 다르다고 들었는데 약사회에서 왜 그렇게까지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쨌거나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자유 아니냐”고 말했다.
공정위도 해당 사항을 인지하고 모니터링에 나섰다. 공정거래법 제51조 및 제40조에 따르면 사업자 단체가 특정 사업자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를 할 경우, 이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공정위 서비스카르텔조사팀 관계자는 “특정 사안을 가정하고 조사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지난주 일양제약이 다이소 입점을 철회한다는 보도를 확인한 이후 전체적으로 사항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철회 여부 등 관련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힌 대웅제약은 대한약사회와의 추가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흐름이라면 대웅제약 역시 다이소에서 입점을 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종근당도 홀로 다이소 입점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이소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별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