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외식 아니면 안 먹죠”…출혈경쟁에도 피자 업계는 고전 중

“비싸서 외식 아니면 안 먹죠”…출혈경쟁에도 피자 업계는 고전 중

1인가구 증가·대안제품 확대…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축소
소비자들 비싼 피자 가격, 접근성, 판매점 다양화 등 주장
피자업계 “자사채널·콜라보행사·프로모션 등 늘릴 계획”
일각선 “할인 당연하다는 인식 생길수도…출혈 경쟁 우려”

기사승인 2025-03-14 06:00:09
한 직장인이 13일 서울 여의도역에서 조각 피자를 주문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피자는 보통 지인들과 맥주집이나 양식집에서 먹죠. 혼자 주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최근 역 안에 개점한 조각피자 매장은 1500~2500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점심·퇴근 시간대 직장인들의 눈길을 끌었다.직장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발걸음을 멈추고 피자를 주문했다.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따뜻한 피자를 먹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빠른 회전율과 합리적인 가격에 10분 새 7명이 주문을 이어갔다. 직장인 김유경(30대)씨는 “10년 전만 해도 집에서 가족들과 피자를 배달시켜 먹었었지만, 요즘은 물가도 비싸졌고 혼자 지내다보니 잘 찾지 않는다”며 “퇴근길에 먹을 수 있는 1인 피자는 종종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치킨과 더불어 외식시장 양대산맥이었던 피자 프랜차이즈가 1인가구 증가·외식 대안제품 확대 등 시장 환경 변화에 하락세를 겪고 있다. 특히 피자헛·미스터·도미노피자 등 업력 30년이 넘은 피자 프랜차이즈들도 활성화를 위해 고전하고 있다.

14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2022년부터 적자전환 후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피자헛의 지난 2023년 영업손실은 약 45억원이다. 전년 손실은 약 2억5000만원으로, 약 1667% 증가했다. 특히 차액가맹금 소송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미스터피자는 2023년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했다. 운영사 대산F&B의 지속된 적자, 전 경영진 배임·횡령 혐의 등이 겹치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는 업계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같은해 피자알볼로도 영업손실 약 2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약 13억원) 대비 124.1% 증가했다. 도미노피자(청오디피케이)의 영업이익은 통신사 할인 등으로 2023년 기준 51억3000만원을 달성했다. 전년(약 11억4000만원) 대비 약 350% 상승한 수치다. 다만 2021년(약 159억원), 2020년(약 165억원)에 비해서는 약 7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고물가·고금리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매출지수는 71.52로, 1분기 지수인 79.28보다 더욱 하락했다 특히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2조원에서 2022년 1조2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피자는 ‘비싼 음식’ 이미지와 판매 장소가 다양해져 기존 프랜차이즈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이유리(20대)씨는 “배달을 하려면 최소주문금액도 맞춰야 하고 배달비도 내야 하다보니 한판을 시키려면 3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외식 수준을 넘어섰다”며 “최근 물가가 너무 비싸 조금이라도 아낄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피자를 시킬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가람(20대)씨는 “혼자 시켜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지인들과 호프집이나 양식집에서 피자를 먹는다”며 “피자를 먹을 때는 주변 인테리어나 분위기를 따지는 사람들도 많아 프랜차이즈 지점에 가서 먹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GS25 편의점에 입점한 1인피자 브랜드 고피자. 김건주 기자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식사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연구한 ‘2025년 외식업 트렌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형태의 약 35.9%를 차지한다. 지난 2023년 국내 총 가구수는 전년대비 약 4.4%증가했다. 이에 1인 메뉴의 주문수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절약형 소비가 트렌드로 작용하고 있어 음식 선택 시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1인피자, 가성비피자 브랜드 고피자·반올림피자 등은 매출 면에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한솔(30대)씨는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오후 8시 가까이 되는데, 음식을 주문해 먹기 피곤해 밖에서 간단히 해결한다”며 “피자는 고칼로리·높은 가격 등으로 퇴근 후 저녁에 먹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랜 업력의 기존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자사앱 활용과 콜라보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 확대에 나섰다.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올해 피자헛 40주년을 기념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페페로니 러버’, 싱글 피자 등 젊은 고객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US 오리진·올라! 타코, 이달에는 벚꽃 개화 시즌에 맞춘 신제품 준비 등 끊임없이 새로운 맛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 앱과 홈페이지 이용 시 할인 혜택과 통신사 멤버십·오케이 캐시백·카드사 등 다양한 채널로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올해 35주년을 맞아 고객 투표 1위로 출시한 필라델피아 치즈 스테이크 피자 등 새로운 메뉴를 고객에게 선사하고 있다”며 “업계 최초 자사앱 론칭, 550만 회원을 보유한 만큼 회원 혜택 강화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중인 2025 회원 배달 위켄드, 던파 콜라보 등 새로운 프로모션을 지속 런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잦은 할인 혜택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피자업계의 주기적인 반값 할인이 출혈경쟁을 일으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인을 대상으로 접근성 높은 1000원대 ‘초가성비’ 피자 등이 나오며 일각선 잦은 할인 마케팅이 바뀐 시장에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통신사할인을 50%까지 자주 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며 “예를 들어 치킨업계는 오히려 상품권을 주지 할인은 크게 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 사이에서 ‘할인할 때 먹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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