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일부 사재를 내놓기로 약속한 가운데, 사재 출연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영업 정상화를 위해선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1조원 출연은 불가능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MBK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이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4일 회생개시 후 납품대금 등 상거래 채권은 정상 지급하고 있으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 발생한 밀린 상거래 채권에 대해서는 영세·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우선 지급 중이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000억∼3500억원이 지출된다. 임직원 월급은 560억원씩 매달 나가고, 임대점주(테넌트)에 정산해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이다. 수도·전기세 등 기타 비용도 필요하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현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지만 여전히 현금 유동성은 빠듯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한 상거래 채권과 회생개시 전 20일 이내 발생한 '공익 채권', 회생개시 이후 발생하는 상거래 채권 자금을 동시다발적으로 집행하고 있어 자금 경색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홈플러스 경영진이 지난 13일까지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힌 3400억원에는 밀린 대금과 공익 채권, 회생개시 후 상거래채권까지 섞여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분석한 결과 회생개시 전인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5949억원에 달한다.
IB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사재 규모로 1조원 출연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당장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급한 불끄기에는 1조원이 문제가 없다고 보겠지만 김 회장이 그 금액을 낼 이유는 없다”며 “도의적으로 2~3000억 정도는 커버할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측 오너가 사재를 턴 것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MBK와 김 회장의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가 근본적인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마트노조는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재 출연 발표가 단순히 여론을 달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MBK가 급하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일 국회 출석을 요구받은 김 회장이 출석을 회피하고 선심 쓰는 듯한 발표를 한 것은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진심으로 책임을 느낀다면 국회에 출석해 직접 대답하고, 노조와 만나 직원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며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사재 출연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일각에선 MBK가 매입채무유동화(ABSTB 포함) 등 모든 채권자와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만큼 채권단과의 협의에도 진전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증권사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증권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는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에 있다”면서 “해당 채권들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책임을 피하지 않고 해결 방안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