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 ‘서해안 HVDC 송전망’ 수주서 재격돌 전망

LS전선-대한전선, ‘서해안 HVDC 송전망’ 수주서 재격돌 전망

- 약 11조원대 서해안 HVDC 프로젝트, 2027년 수주 예정
- 대규모 수주, 전력 송배전 변화 상징성 등 중요도 높아
- 양측 소송전 심화…저변 확대 등 측면서 수주 총력 전망

기사승인 2025-03-20 06:00:05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공장 전경. LS전선 제공 

전선업계 1·2위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대규모 국가 송전망 입찰 수주전에서 다시 마주할 예정이다. 수주 규모가 큰 데다, 최근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2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예산 7조9000억원을 들여 수도권과 서남해안 지역 간 해저 전력고속도로를 구축하는 ‘서해안 HVDC(초고압직류송전) 프로젝트’ 수주에 LS전선, 대한전선 등 주요 전선기업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전력은 오는 2027년께 공개 입찰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및 데이터센터발(發) 전력 수요 급증으로 기존의 송전망으론 전력을 전송하는 데 한계가 있어 원활한 장거리 송전을 위한 HVDC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오는 2036년까지 해남~서인천(430km), 새만금~영흥(190km) 등 총 620km 구간에 HVDC 해저케이블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민간 투자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약 11조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수주 규모를 넘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그간 AC(교류) 중심이었던 국가 전력망을 HVDC 등으로 전환·강화해 간다는 측면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다. 또, 이른바 ‘에너지3법’에 속하는 전력망확충법이 국무회의 의결되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향후 관련 송배전망 구축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선 우선 LS전선이 유력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을 개발, 전용 공장을 토대로 자체 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LS전선은 이후 국내외에서 HVDC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며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지난해 LS마린솔루션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육지-제주 간 전압형 HVDC 건설 사업을 성료한 바 있다. 525kV(킬로볼트)급 HVAC(고압교류송전)과 HVDC 케이블 시스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이긴 하나, 지난 2021년 호반그룹에 인수된 이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지난해 해저케이블 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오는 2027년까지 1조원을 들여 2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500kV 전류형, 525kV 전압형 HVDC 지중케이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러한 기술력을 토대로 신설 공장(2공장)에는 620kV급 HVDC 케이블과 외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타워를 갖출 예정이다.

대한전선 당진케이블 공장 전경. 대한전선 제공 

대규모 투자를 지속 중인 국내 1·2위 기업 간 경쟁, 대규모 국가 송전망 프로젝트의 상징성 외에도 양측이 이번 프로젝트를 선점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송전에 있다. 

두 기업은 현재 기아차 화성공장 화재 사고 과실 여부 소송, 데이터센터 핵심부품 부스덕트(Busduct, 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배전 수단)용 조인트키트 제품 특허소송에 이어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 화재 사고 관련 2심 재판부는 사실상 LS전선의 단독 책임을 인정했으나 배상 규모를 1심 72억원에서 2심 54억원으로 축소했다. 또, 특허소송 관련 2심 재판부는 LS전선 측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대한전선의 배상 규모를 1심(4억9000만원)의 3배 수준에 달하는 약 15억원으로 책정했다. 대법원 판단까지 나와 봐야 하겠으나 현재 기준으론 사실상 ‘1승’씩 나눠 가진 셈이다.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LS전선이 제기한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의혹 수사는 결과에 따라 조 단위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LS전선은 자사가 약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용을 들여 보유하게 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며 경찰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대한전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경찰은 올 상반기 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대한전선의 모기업 호반그룹이 LS전선의 모기업인 (주)LS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입하면서 그룹 싸움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해안 HVDC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설비 또는 기술이 양측 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는 않으나, 국가사업 입찰에 있어 ‘신뢰’ 등 측면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가져다줄 유·무형적 이익, 현재와 향후 사업 확대 과정에 미칠 영향 등 여러 방면에서 가치가 높기 때문에 양측이 수주전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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