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국가검진 추진하는데…“숙련된 내시경 전문의 확보 필요”

대장내시경 국가검진 추진하는데…“숙련된 내시경 전문의 확보 필요”

선호도·정확도 높은 대장내시경, 암 검진 기본검사 도입 준비
현장에선 열악한 여건에 난색…“법적 책임·낮은 수가에 기피”
“안전한 내시경 수행 지원하는 관리 체계 설정 필요”

기사승인 2025-03-24 06:00:10 업데이트 2025-03-24 13:15:15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대장내시경의 국가 암 검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내시경 검사를 수행할 의사가 부족하다며 의료진의 부담을 완화하는 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국립암센터가 최근 밝힌 ‘암 검진 수검 행태 및 수검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2023년 70.7%에서 지난해 74.4%로 상승했다. 대장내시경 검사가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장내시경 검사 비율은 56.5%에서 66.4%로 크게 올랐다.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시행한 ‘국가 암 검진 대장내시경 검사 시범사업’ 과정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은 2만6004명이 겪은 합병증은 복통 3건, 천공 2건, 출혈 16건에 그쳤다. 현행 국가 대장암 검진 1차 검사인 분변잠혈 검사에 비해 선호도나 정확도도 높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대장암 검진의 기본 검사로 넣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다만 현 의료체계 안에선 운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세종에서 검진센터를 운영하는 A원장은 “대장내시경으로 국가 검진을 시행하면 내시경 검사가 급증할 것”이라며 “그간 대장내시경을 할 수 있는 소화기내과 전문의 수가 크게 줄었고, 의료공백 속에서 전공의도 씨가 마른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대장내시경은 용종 제거 등 고도의 술기를 요하지만 보상과 법적 안전망이 열악하다”고 했다. A원장은 “70대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경험이 많은 의사가 내시경을 해도 장 천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정결제를 복용한 뒤 탈수로 입원하는 사례도 발생한다”며 “모든 책임이 의사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내시경을 기피하는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수가 개선 없이 내시경의 암 검진을 제도화하면 의료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B원장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첨단 내시경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합병증은 줄이고 암 발견율을 높이고 있지만 현재 구조에선 수억 원에 달하는 첨단기기를 들여와도 저렴한 내시경을 쓰는 병원과 같은 수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B원장은 “비싼 기기를 쓰는 병원이 손해를 보는 시스템은 결국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여러 부담을 덜고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 검진 수검 행태 조사에 참여한 강은교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 검진의 활성화는 정책이 어떻게 도입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시범사업의 효과성 평가와 대장암 검진 권고안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 방안은 향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검진의 질을 높이려면 내시경 수행에 대한 모니터링 지표를 만들고, 합병증 대응을 위한 프로토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제도화에 앞서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를 확보하고, 안전한 수행을 지원하는 관리 체계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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