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 법안은 여야 간 극심한 대립 속에서도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있었다.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연금개혁이 마침내 결실을 맺기까지, 박 위원장의 조율 능력과 집요한 추진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위원장은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으며 과감한 결단과 협상력을 바탕으로 여야 합의를 성사시켰다. 특히 그는 국회 목욕탕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면 쫓아다녔다고 전했다. 그의 집념과 끈질긴 설득이 없었다면 이번 개혁안 통과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본지는 지난 25일 박 위원장을 만나 연금개혁의 필요성, 추진 과정에서의 난관, 그리고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연금 개혁이 미뤄질 경우 미래 세대가 연간 30조 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는 복지부의 분석 결과가 있었다”며 “이러한 부담을 후세대에 넘길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개혁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는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박 위원장은 보건복지위원장직을 맡으며 연금과 의료 개혁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그는 “당초 특위를 통해 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방식이 검토됐지만, 특위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복지위에서 직접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조건으로 보건복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 지도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하며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결국 당 차원의 강한 추진 의지를 이끌어냈다.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 조율은 가장 큰 과제였다. 박 위원장은 “법사위 간사 시절 중대재해처벌법과 군사법원법을 합의 처리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연금 개혁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협상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자 국민의힘 측에서도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며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고 단계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회상했다.
특히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인천에서 발생한 12세 아동 화재 사망 사건이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박 위원장은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도중에도 협상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복지부 차관이 여당 의원들과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협상 전략을 조정했고, 신속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차관이 낮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자동조정장치 포기가 여당 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협상 틀을 바꿨고, 곧바로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해 ‘유연하게 협상해보자’고 요청했다”며 “이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설득했고 결국 여야 협상이 진전을 보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 합의 직전까지도 그는 권 대표와 수차례 직접 소통하며 조율을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합의 직전에는 권 의원이 ‘박주민 때문에 샤워도 편히 못 했다’고 농담할 정도로 집요하게 협상을 밀어붙였다”며 “필요하면 의원실 앞에서 기다리면서라도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그렇게 집요하게 밀어붙인 결과,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연금개혁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논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기초연금 조정, 기금 운용 개선, 보험료율 추가 조정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며 “이러한 논의는 구조 개혁 특위를 통해 심도 있게 다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청년층에서 ‘부담만 커졌다’,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는 “개혁의 핵심 방향은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가 불안하지 않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제는 구조개혁 논의가 남아 있다.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장성을 높이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은 여야가 특위를 구성해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챙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