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사법심사 대상”…尹 내란재판 영향 불가피

“계엄은 사법심사 대상”…尹 내란재판 영향 불가피

헌재, “경고성 계엄 존재 안 해” 결정문 명시
尹 형사 재판 앞두고 지시 정황·증거 채택 여부에 관심

기사승인 2025-04-08 06:00:09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전 대통령이 입장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며 100일 넘게 이어진 ‘탄핵 정국’은 마무리됐지만, 내란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부정한 결정문을 내놓으면서 형사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14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신청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앞서 두 차례 준비기일(2월20일, 3월24일)을 통해 심리 계획을 조율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12·3 계엄이 헌법 질서 파괴를 목적으로 한 ‘내란’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다시 말해 ‘정당한 계엄 선포였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형법상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의 폭동이 입증될 경우에 성립한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12·3 계엄은 거대 야당의 입헌 질서 문란 시도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며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로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이를 명확히 부정했다. “중대한 예외 사유가 없는 한 국가긴급권의 발동은 허용되지 않으며, 비상계엄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경고성 계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며 “비상계엄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병력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계엄권 남용이 헌정 질서에 미치는 해악이 중대하다”며, “헌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엄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헌재의 판단은 향후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국헌문란과 연결하는 논리의 뒷받침 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 관여도다. 내란죄 유죄 판단 시 ‘주도자’로서의 역할이 명확할수록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실행을 직접 지시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예컨대 윤 전 대통령이 “곽종근에게 전화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고, 박안수 계엄사령관과 경찰청장 조지호에게도 여러 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포고령 내용을 전달토록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른바 ‘홍장원 메모’에도 윤 전 대통령이 체포를 지시한 인물들의 명단이 담겨 있으며, 헌재는 해당 메모의 증거능력도 인정했다.

다만 헌재가 이들의 수사기록을 인정했다고 형사재판에서도 증거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부인하는 수사기록이나 진술 조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일부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 중이기에 향후 공수처가 제시할 각종 수사자료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재판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결정문에서 내란죄 입증의 핵심 쟁점들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형사재판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사법기관 간 판단은 별개이나 상호 존중 원칙상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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