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 척결과 대부업 신뢰도 제고를 위해 대부업 등록요건을 대폭 상향하고, 초고금리 대부계약을 전면 무효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연 100% 이상’의 금리는 반사회적 계약으로 간주, 원금·이자 모두 무효화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대부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5월19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대부업법 개정안이 오는 7월22일 시행을 앞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자본금 요건 10배 상향…온라인 중개업도 기준 마련
금융위는 영세대부업 난립과 불법영업 등에 따른 대부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업·대부중개업 등록요건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지자체 대부업자 및 온·오프라인 대부중개업자의 자기자본요건을 강화한다. 개인 기준 1000만원에서 1억원, 법인 기준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그동안 자본 요건이 없었던 대부중개업도 온라인 1억원, 오프라인 3000만원 이상의 기준이 새롭게 도입된다.
온라인 대부중개업자는 대부이용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 전산 전문인력을 두고, 개인정보 보호 및 침해사고 대응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해당 시스템의 구축 여부는 금융보안원 등의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된다.
시장상황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대부업자의 경우에는 대부업 등록취소 대상의 예외로 정할 수 있도록 요건을 정비한다. 개정 대부업법에 따르면, 최소 자기자본 요건 등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부업자는 원칙적으로 등록취소 대상이 된다. 다만 요건을 상실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요건을 보완해 다시 갖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등록취소를 면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연 100% 넘으면 이자·원금 무효” 초고금리 기준 첫 명문화
이른바 ‘살인적 이자율’로 불리는 초고금리 계약에 대한 명확한 무효 기준도 마련된다. 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경우(연 100% 초과)를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규정해,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간주한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전부 무효화하는 제도는 금융관련법령상 최초다.
이번 제도 도입은 관련 법령과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됐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민법상 ‘현저히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만 법률행위를 전부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삼았다. 성착취를 동반한 불법추심, 인신매매, 신체상해, 폭행·협박 등으로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체결된 계약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일본의 경우 연 109.5% 초과 이자를 무효로 정한 사례가 참고됐다.
불법대부 전화번호도 잡는다…신고 절차 대폭 정비
불법사금융 신고·차단 체계도 마련한다. 앞으로 누구나 최고금리 위반, 불법추심 등 불법사금융 영업행위나 불법대부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는 법정 서식에 따른 서면 제출은 물론, 전화나 구술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금감원, 시·도지사, 검찰·경찰, 서민금융진흥원 등은 신고 접수나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해당 번호의 이용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금감원에 불법사금융 행위가 신고된 경우, 조사·분석을 위한 관련 자료 제출을 신고인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절차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불법사금융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다른 법령 개정이나 제도 개선에 따라 필요한 사항도 함께 반영할 방침이다. 대부업자(불법사금융업자 포함)의 광고 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정책서민금융상품 목록에 ‘불법사금융예방대출(구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도 포함되도록 명확히 규정할 예정이다. 또 오는 7월8일 새마을금고법 개정 시행에 맞춰, 새마을금고 자산관리회사도 대부채권 양도 가능기관으로 추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안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금감원·대부협회 등을 통해 대부업계에 준수사항을 안내하고, 대부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라며 “현재 운영중인 불법사금융 피해 예방을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제도 개선·보완, 집행 필요사항 등도 지속적으로 검토·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