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부터 바꾸고 싶어요”…서울 전통시장 정비 ‘문턱’ 낮추자 기대감

“간판부터 바꾸고 싶어요”…서울 전통시장 정비 ‘문턱’ 낮추자 기대감

까다로운 심의 기준 완화…이젠 구청장 판단만으로도 정비 가능
연서·마천시장 첫 적용…상인들 “말만 무성하던 정비, 진짜 될까”

기사승인 2025-04-16 06:00:07
15일 방문한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이예솔 기자

“간판이랑 화장실은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어요. 화장실이 2층에 있어서 매번 계단 올라가야 하는데, 나이 든 노인들은 한 번 올라가기가 어려워요”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강모(70대·여)씨는 15일 이렇게 토로했다. 그동안 각종 규제에 막혀 손대지 못했던 전통시장 정비에 서울시가 마침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랜 침묵 끝에 정비사업 추진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규제철폐안 94호’를 통해 ‘시장 정비사업 허용 대상 확대’ 방안을 내놨다. 까다로운 심의 기준에 막혀 엄두도 내기 어려웠던 정비 사업이, 이제는 자치구의 판단만으로도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공실률 30% 이상 △노후도(30년 경과 점포 60% 이상 또는 안전진단 D등급 이상) △3년간 유동 인구 10% 이상 감소 등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했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 때문에 도시관리계획이 수립된 지역이라 해도 정비가 불가능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자연히 도심 슬럼화와 화재 위험, 노후 설비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됐다.

서울시는 이번 완화안의 첫 적용 대상으로 은평구 연서시장과 송파구 마천시장을 선정했다. 상인들의 민원이 많았던 조리기기 설치나 점포 구조 변경 등 분야부터 규제를 완화해 정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장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모습이었다. 연서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강모(70)씨는 “간판도 오래돼 낡았고, 동네 분위기도 그렇다”며 “요즘 손님들은 다 깔끔한 걸 찾는다. 이 상태로는 새로 들어올 상인도 없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임모(70대)씨는 “정비 얘기는 예전부터 나왔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다”며 “정말 바뀌는 걸 보기 전까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 주민들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취 중인 김모(30)씨는 “가끔 분식 사 먹으러 가는데 전체적으로 낡고 불편한 느낌이 크다”며 “요즘 이 동네에 20~30대도 많이 사는 만큼, 깔끔하고 쾌적하게 바뀐다면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는 가운데, 정비가 얼마나 현장 수요를 제대로 반영할지는 서울시의 손에 달렸다. 시 관계자는 “우선 개발계획이 이미 수립된 지역 내 시장부터 정비사업 허용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지속 반영하며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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