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선율에 얹은 정준일의 독보적인 보이스…‘THE LIGHT’ [쿠키 현장]

오케스트라 선율에 얹은 정준일의 독보적인 보이스…‘THE LIGHT’ [쿠키 현장]

기사승인 2025-04-22 06:00:09 업데이트 2025-04-22 07:06:23
2025 정준일 오케스트라 콘서트 ‘THE LIGHT’ 현장 사진. NHN링크 제공

“내겐 그림같았던 그대와 기억 아주 오래 기다렸던 선물같은 하루” (정준일, 첫 눈)

그림같은 무대였다. 정준일의 대표곡 중 하나인 ‘첫 눈’ 전주가 흘러나올 때, 무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살포시 내려앉은 한 줄기 조명은 마치 눈이 내리는 듯했다. 

명불허전인 정준일의 목소리는 물론, 음향과 조명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공연장을 나서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얘기하는 청중도 볼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로 포문을 연 이번 공연은 빛의 향연이기도 했다. 곡이 바뀔 때마다, 때로는 한 곡 안에서도 멜로디가 변주될 때마다 그에 걸맞는 조명이 무대 위를 수놓았다.

독보적인 음색의 싱어송라이터 정준일이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지난 18~20일 ‘2025 정준일 오케스트라 콘서트 THE LIGHT’ 무대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구성한 이번 공연은 NHN링크가 제작을 맡았다. NHN링크는 예매 플랫폼 ‘티켓링크’를 운영하고 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다섯 곡을 연달아 부른 정준일은 “저는 노래를 하는 정준일”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다섯 곡을 이어왔더니 목아 너무 아파서 내일은 한 곡을 빼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은 공연 첫 날인 18일이었다.

정준일 공연 특유의 ‘노래로 꽉 채운’ 알찬 무대는 이번에도 여전했다. “소통 없고, 게스트 없고, 이벤트 없고 계속 노래만 한다”고 선수를 친 정준일은 “소통 안 하는 가수라는 얘기를 들을까봐 미리 말씀드린다”며 청중들을 웃게 했다.

2025 정준일 오케스트라 콘서트 ‘THE LIGHT’ 현장 사진. NHN링크 제공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정준일은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캐릭터처럼 블랙 슈트를 입어봤는데, 거울을 봤더니 그냥 40대 직장인이 서 있었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게 많다.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많으니 주어진 것들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나직하게 말했다. 이어 “노래를 더 하겠다”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 곡은 ‘하루만큼 하루만 더’라고 소개한 정준일은 전람회 2집 ‘마중가던 길’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동률 씨가 대부분 부르는데, 그 노래는 서동욱 씨가 불렀다”면서 “곡을 다 써놓고 들어보니, 문득 ‘마중가던 길’이 생각 났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도 ‘공전의 히트곡’이라고 소개한 ‘안아줘’를 열창한 정준일은 “공연 한 주 전 자우림 김윤아의 공연을 같은 장소(LG아트센터) 발코니석에서 봤다”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정준일은 “김윤아 씨의 무대는 너무 좋았는데, 제가 다음주에는 저 자리에 서서 노래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이 컸다”고도 했다. 하지만 ‘엄살’과는 달리, 이날 무대는 “역시 정준일”이라는 감탄이 쏟아져나올 정도로 완벽했다. 


“언젠가 성시경 씨가 저한테 ‘네 노래는 어디서 쉬어야 되는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는 정준일의 말대로, 쉴 틈 없는 노래가 계속됐다.

WSG워너비의 ‘눈을 감으면’을 리메이크한 신곡을 선보인 정준일은 “요즘 신곡을 잘 안 듣는 추세”라며 “신곡을 들려드리는 자리가 저와 같이 스스로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귀하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이어가다 말고 다시 한 번 “노래를 더 하겠다”며 청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정준일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노래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공연의 17번째 곡인 ‘Girls’가 흘러나올 때, 무대 뒤편에는 손글씨를 연상케 하는 필체의 가사가 하늘거렸다.

“소녀의 작은 꿈은 두려움 없이 의심도 없이 그저 밤 길을 걷는 것 / 따사로운 새벽 달빛 다정한 어둠 손 잡고 걷자 씩씩하게 더 폼 나게 / 넌 하나의 우주 빛나는 별 저 별보다 환하게 빛난 별 / 넌 엄마의 꿈처럼 찬란하게 빛날 거야”

신나는 템포의 전주가 먼저 나올 때 청중들이 함께 치던 박수 소리는 가사가 나오면서부터 점차 줄어들었다. 노래를 음미하듯,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흔드는 청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9번째 곡 ‘고백’을 부른 정준일은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잠시 무대 뒤편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열화와 같은 청중들의 박수를 받고 다시 무대로 오른 정준일은 ‘새겨울’과 ‘푸른끝’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쳤다. 앵콜 요청에 정준일이 바로 등장하지 않고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보고싶었어요’가 먼저 흘러나온 무대 구성도 감동을 선사하는 요소였다.

한편 정준일은 지난 20일 음원 플랫폼을 통해 신곡 ‘눈을 감으면’을 발매했다. 이 곡은 WSG워너비의 첫 단체곡으로, 지난 2022년 정준일이 직접 작곡에 참여한 인연이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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