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독의 기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는 26일(한국시간) 오전 1시30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알힐랄과 경기를 치른다.
광주의 올 시즌 행보는 ‘기적’에 가깝다. 정호연(미네소타), 이희균, 허율(이하 울산 HD) 등 핵심 멤버가 빠진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모든 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쳤고, 이는 경기에서 끈끈한 조직력으로 나타났다. 광주는 현재 K리그1 3위(4승4무2패), 코리아컵 16강 등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ACLE 도전기는 더 놀랍다. 광주는 리그 명문인 울산, 포항 스틸러스가 떨어진 순간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16강에서 일본 최강팀 중 하나인 비셀 고베를 만난 광주는 예상을 뒤엎고 8강에 진출했다. 1차전 0-2 패배에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은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광주의 ACLE 8강 상대는 사우디의 강호 알힐랄이다. 알힐랄의 선수단 퀄리티는 유럽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알힐랄의 선수단 가치는 무려 1억8000만 유로(약 2934억)에 달한다. 광주(약 140억)보다 약 21배 높은 수치다.

맨체스터 시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앙 칸셀루, 이탈리아 세리에A를 주름잡았던 칼리두 쿨리발리가 수비진을 지킨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왼쪽을 담당했던 헤낭 로지 또한 측면에 위치한다. 세리에A 최고 미드필더였던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와 포르투갈 대표팀 핵심인 후벵 네베스도 중원에 있다.
최전방, 최후방도 완벽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풀럼에서 뛴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광주를 겨냥하고, 모로코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수문장 야신 부누가 골키퍼 장갑을 낀다. 알 도사리 등 사우디 자국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골리앗’ 알힐랄을 맞이하는 ‘다윗’ 이 감독과 광주는 기적을 꿈꾸고 있다. 그는 “프로라면 경기 치를 때마다 성장해야 한다. 저와 저희 선수들도 성장하고 있다”며 “언더독이라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팀이랑 하더라도 시도하고, 용기 있게 도전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당초 8강으로 잡은 목표를 더 높게 수정했다. 이제 광주는 ACLE 우승을 향해 달려간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ALCE에 또 나가고 싶어 하더라.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일본, 중국 팀과 맞붙으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저도 선수들을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광주의 아름다운 도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이정효 매직’이 또다시 나온다면 4강 신화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