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싱크홀(땅꺼짐) 사고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싱크홀 지도’ 공개를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이 직접 만든 ‘민간 싱크홀 지도’ 홈페이지가 주목받고 있다.
과학 전문 프리랜서 기자 윤신영씨는 최근 수년간의 싱크홀 발생 위치와 원인을 시각화한 지도를 만들어 SNS(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윤씨는 국토안전관리원과 지하안전정보시스템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약 7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1400여 건의 싱크홀·지반침하 데이터를 정리했다.
그는 “2018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발생한 전국 싱크홀 사고를 지역별·원인별·시기별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에서는 대도시 지역에 싱크홀이 집중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 깊이도 구간별로 나뉘어 표시돼 있으며, 통계에 따르면 전체의 97%는 폭 10m 이내, 76%는 2m 이내의 소규모였다. 사고 유형별로는 차량 손상만 발생한 사고가 76건(5%), 부상 사고는 34건(2%)이었다.
원인 분석 지도도 별도로 구성됐다. 상·하수도관 파손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노후한 지하구조물, 공사장 굴착 등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웹 개발자 출신 시민이 운영하는 또 다른 싱크홀 지도 홈페이지도 있다. 지난 4일부터 운영 중인 이 지도는 최근 10년간 보도된 싱크홀 사고를 모아 위치 좌표를 표기하고, 발생일·주소·크기·원인을 정리했다. 각 사고에 관련된 뉴스 링크도 함께 제공해 사고의 배경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사고는 최신 날짜순으로 배치돼 있어 최신 정보 파악에도 유용하다.
반면 서울시와 부산시 등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주요 지자체는 아직까지 지도 공개 여부를 ‘검토 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을 의식해 공개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다”며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GPR(지표투과레이더) 조사 정보부터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