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끝?…금융권, 대선 후폭풍에 벌벌

이자 장사 끝?…금융권, 대선 후폭풍에 벌벌

기사승인 2025-05-01 06:05:04
쿠키뉴스 자료사진

올해 1분기에만 5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둔 금융권의 속내가 복잡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민심 악화와 조기 대선 정국이 맞물리며,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거세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4조2215억원) 대비 7074억원(16.8%) 증가한 수치다. 금리 인하기임에도 이자 수익은 10조6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4대 은행의 원화 대출 잔액이 1년 새 64조원 넘게 불어난 결과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 수익성이 나빠져야 하지만 이번엔 예대금리차가 되레 커지면서 이자 이익이 늘었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속은 편치 않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금융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 악재가 겹친 현재 한국 경제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올해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서민 경제가 빚더미에 몰리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는 소득의 3배를 넘겼고,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도 1년 새 30% 가까이 급증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금융권을 겨냥한 사회적 책임 논의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금융권은 수익을 올리는 만큼 사회적 기여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은행의 이익구조를 둘러싼 정부와 사회의 감시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그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최종 지지율 89.77%를 받아 대선후보에 선출됐다. 공동취재단

당장 가산금리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는 지난달 17일 은행권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비용을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현행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최대 180일, 본회의에서 최대 6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통상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산출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금리다. 은행권은 그간 가산금리에 업무원가와 위험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외에도 보증기관 출연료·보험료 등을 관행처럼 반영해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은행이 비용 부담을 대출 차주에게 전가하면서 높은 이자수익을 얻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발의됐다. 법령상 의무로 부과되는 비용을 가산금리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명시해 일명 ‘깜깜이 가산금리’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특정 요소를 제한하면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보전하려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소비자나 기업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의 긴장감은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이익을 낸 기업에 법인세 외에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023년 은행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횡재세’ 법안을 추진했었다. 이번 조기 대선 공약으로도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한 정책을 내걸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정책 싱크탱크 ‘성장과통합’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김병욱 전 민주당 의원 역시 은행권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온 인사다. 

상생금융 정례화 가능성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3년간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2조원 규모의 채무를 조정하는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별도로 약 2조원 상당의 이자 환급 등도 단행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금융권의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야 모두 민생 회복을 앞세운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 시행될 경우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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