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청소년 병원에 입원한 환아의 보호자 10명 중 5명은 감염병 전염 우려 때문에 1인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병원 입원 질환 중 폐렴 등 감염 질환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감염 차단을 위해 소아병실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소청병협)는 3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환아 보호자의 소아청소년 병실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4일부터 올해 4월24일까지 소아청소년 입원 환아 보호자 2855명을 대상으로 QR코드 설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인실을 선호한다고 답한 경우는 2743명(96%)으로 집계됐다. 2인실 등 다인실을 선호하는 비율은 112명(4%)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다인실을 사용해 본 비율은 1948명(70%)이었다.
1인실을 선호하는 이유로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에 옮을 가능성(교차 감염)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1387명(49%)으로 가장 많았다. 다인실을 사용했을 때 느낀 점을 물은 결과에서도 ‘교차 감염’을 우려하는 비중이 2686명(94%)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입원 질환으로 놓고 보면 폐렴이 1741명(61%)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장염 247명(9%) △독감 233명(8%) △편도선염 또는 수족구, 구내염 178명(6%) △코로나19 102명(4%) △열성경련 34명 34명(1%) 순이었다. 330명(12%)은 입원 경험이 없었다.
이홍준 소청병협 부회장(김포 아이제일병원장)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소아감염 질환이 유행하면서 환아 보호자들의 병실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1인 병실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한 상황에서 일선 소아청소년 병원에선 이를 해결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병원들은 환아 보호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다인실을 1인실로 개조하고, 다인실에서 1인실로 환아를 옮길 때마다 간호사들은 안 해도 될 일을 하게 되며 피로가 쌓이고 있다”면서 “그로 인해 병실 환기와 소독에 충분한 시간을 쏟기가 힘들어지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재 회장은 어린이를 위한 의료 정책이 부재하거나 겉돌고 있다며 소아의료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1년 365일 어린이날이 될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 병원 병실 기준 문제 등 소아의료 정책을 개선하고 발굴해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이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닌데도 소아청소년 병원이 성인을 보는 병원과 똑같은 규제에 묶여있다”라며 “오는 5일 103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과 함께 보건복지부 산하 어린이건강청 설립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