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암 ‘전립선암’…“치료제 급여 통해 생존율 높여야”

아버지의 암 ‘전립선암’…“치료제 급여 통해 생존율 높여야”

전립선암, 환자·진료비 증가율 1위
60세 이상이 전체 환자의 90% 이상
“PARP 저해제 급여화로 삶의 질 고려한 치료 가능해야”

기사승인 2025-05-09 06:00:08
약물에 내성이 생기거나 다른 부위에 전이가 된 전립선암 환자는 생존율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만큼 유일한 대안인 PARP 저해제의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약물에 내성이 생기거나 다른 부위에 전이가 된 전립선암 환자는 생존율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만큼 유일한 대안인 PARP 저해제의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제야 김광석을 좋아하게 된 내 아빠에게 하늘은 그토록 야박하게 굴었다.” 최근 큰 관심을 모은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에서 나온 대사이다. 극 중 가족을 위해 소처럼 일한 무쇠 같은 아버지가 자녀들의 결혼 후 처음으로 여유를 갖고 취미생활을 시작하자 암이 찾아온 안타까운 상황을 묘사한 딸의 말이다. 이처럼 평생 가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온 아버지가 노년에 암 진단을 받는 일은 드라마 속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아버지의 암’으로 불리는 전립선암은 최근 5년간 주요 10대 암 중 진료인원 및 진료비 증가율 1위를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 수는 2만754명으로 5년 전보다 58.11%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환자가 1만9214명으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전립선암은 오는 2034년까지 한국 남성에서 발생률이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암종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전립선암 발병률은 148.6%, 65세 이상에서는 182.2%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할 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이다.

전립선암은 5년 상대 생존율(2018~2022년)이 96.4%로 높은 편이지만, 암이 전립선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되는 원격 전이 병기에서는 생존율이 49.6%로 떨어진다.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 대부분은 18~24개월 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는데, 이후에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암세포만 살아남아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되기 쉽다. 이 단계에 접어들면 평균 생존 기간은 3년 이내이며,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12개월 미만으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에 대한 조기 치료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에는 항암화학요법과 2세대 호르몬 치료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항암화학요법은 부작용이 심하고, 2세대 호르몬 치료제는 급여 확대로 초기 단계부터 쓰는 추세다. 이에 따라 거세 저항성 단계에선 새로운 치료 옵션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표적치료제인 PARP 저해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3년 PARP 저해제인 ‘린파자정’(성분명 올라파립)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의 1차 치료제로 승인되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린파자와 아비라테론의 병용요법(이하 린파자 병용요법)은 유전자 변이 유무와 관계없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HR)을 34% 낮췄다. 상태가 악화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PFS)도 평균 8.2개월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병창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는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린파자 병용요법은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치료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치료제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정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권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며 “초고령사회 진입과 최근 암 발생률, 치료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전립선암 치료 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라는 과제가 해결돼 더 많은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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