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키워드 된 비트코인 현물 ETF…‘법 개정·인프라’ 과제 산적

대선판 키워드 된 비트코인 현물 ETF…‘법 개정·인프라’ 과제 산적

금투협·핀산협, ‘K-비트코인 현물 ETF 컨퍼런스’ 개최
국내 학계·법조계·산업계·금투업계, ‘제도 개선’ 강조
비트코인 현물 ETF ‘글로벌 트렌드’…대선 주자들도 공약 반영

기사승인 2025-05-14 17:02:45
K-비트코인 현물 ETF 컨퍼런스 현장. 이창희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주요 후보들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과 특금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 정비 없이는 현실화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K-비트코인 현물 ETF 컨퍼런스'를 열고,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도입 필요성과 해결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주요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제도권 투자 상품으로 편입해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명시되지 않아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 등이 모두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전향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비트코인을 기초 자산에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비트코인 ETF 도입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도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가 국내에 도입되면 우리나라 블록체인 생태계가 확대되고, 금융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위한 선결 과제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단순한 상품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과 자본시장의 접점을 넓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제도적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과제로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ETF 순자산가치 산정을 위한 공정가치 평가 기준·투자자 보호 공시·자금 세탁 방지 체계 △특금법상 법인계좌 개설 허용 범위 확대 △안전한 비트코인 보관을 위한 커스터디 인프라 구축 △수탁업에 대한 명확한 인가 및 감독 체계 등이다. 

이 회장은 “제도적 과제들이 해결돼야 시장 논리에 기반한 자율적인 관리와 가상자산에 대한 자정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며 “이는 기관·개인투자자 참여 확대와 관련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것”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역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및 지수 요건에 대한 명확한 해석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라며 “수탁인프라 및 신탁 제도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 제도 정비 없이는 국내 상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또한 법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대선후보들 ‘가상자산 ETF 도입’ 강조, 금융당국도 환영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면서 제도권에 처음 편입됐다. 이후 같은 해 4월 아시아 시장에서도 홍콩이 처음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미국같은 경우는 트럼프 2기가 들어오면서 가상자산 시장 규제 체계의 정비를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증권시장의 자금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증권시장과의 연결과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인 금융기관이 미 SEC에 제출한 지난해 4분기 13F 공시에 따르면, 기관 보유 비트코인 현물 ETF는 274억달러로 직전 분기(124억달러) 대비 114% 증가했다. 해당 ETF를 2,0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기관도 79개에 달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가상자산 현물 ETF 제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그간 업계에서 우려해온 ‘한국의 갈라파고스화’를 벗어나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고,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10대 공약 중 다섯 번째로 ‘중산층 자산 증식’을 제시하면서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과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을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해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대선 후보들의 가상자산 현물 ETF 공약에 대해 환영하는 의사를 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가상자산 시장을 앞으로 어떤 속도로 제도를 만들고 해나가겠다는 부분은 대략 말씀드렸다. 공약 내용들을 보면 저희 방향과 거의 같다”라며 “다만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다음 정부가 들어오면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저희의 생각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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